의사 본인이 자신에게 마약류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셀프 처방'하는 사례가 지난 3년간 지속해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의사나 치과의사가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이나 항불안제, 식욕억제제 등 의료용 마약류를 자신에게 처방한 사례는 2020년 2만5884건에서 2021년 2만5963건, 2022년 2만7425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올해는 5월까지 1만1596건 집계돼 이 추세대로라면 셀프 처방 건수가 작년보다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2020년 이후 의료용 마약류 셀프 처방 이력이 있는 의사·치과의사 수는 1만5505명이었다. 전체 의사·치과의사 수가 14만여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1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 2062명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셀프 처방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셀프 처방 이력이 있는 의사 4명 중 1명은 3년 이상 셀프 처방을 반복해온 셈이다.
셀프 처방한 마약류를 성분별로 살펴보면, 처방 건수로는 공황장애 시 복용하는 항불안제가 가장 많아 전체의 37.1%를 차지했다. 불면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졸피뎀이 32.2%, 식욕억제제 19.2% 순이었다. 처방량도 항불안제가 37.7%로 가장 많았고, 졸피뎀 19.8%, 식욕억제제 18.8% 순이었다.
특히 지방의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A씨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만 처방되는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을 지난 한 해 16만정이나 처방했다. 이는 매일 400알을 먹는 양이다. A씨는 척추 수술 후유증 때문에 진통제가 필요했다며, 모두 자신이 먹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마약류관리법의 오남용 규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타인에게 판매하거나 양도하지 않고 자신의 치료를 위해 복용했다는 이유를 들어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A씨는 수사받고 있던 올해 상반기에도 마약류 3만7000여정을 셀프 처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하루 250여알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의사의 마약류 셀프 처방에 대한 점검과 제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3년간 식약처가 의료용 마약류 셀프 처방을 점검한 인원은 2020년 26명, 2021년 16명, 2022년 19명으로 3년간 61명에 불과했다. 이중 수사 의뢰를 한 경우는 2020년 19명, 2021년 5명, 2022년 14명 등 38명뿐이었다. 이 중 15명이 송치됐고, 불송치 15명, 수사 중인 인원은 8명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마약류 셀프 처방에 대한 점검과 제재가 미흡한 것은 최근 3년간 점검과 수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의사들의 마약류 오남용은 본인 문제일 뿐 아니라 환자의 진료권 침해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인 만큼 의료용 마약류 셀프 처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