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찾은 인도 델리 KP타워의 LG전자 쇼룸은 한국에 있는 ‘LG베스트샵’을 연상케 했다. 디스플레이가 돌돌 말리는 롤러블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R, 일체형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스팀으로 의류를 관리해주는 스타일러 등 LG전자의 신가전이 전시돼 있었다. 쇼룸 직원이 제품을 작동하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LG전자 인도법인 관계자는 “인도는 소득수준이 낮아 여전히 구형 가전이 많이 팔린다”면서도 “앞으로는 LG전자가 주도하는 ‘프리미엄 가전’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LG전자 노이다 생활가전 공장에선 냉장고와 에어컨, 세탁기, 전자레인지, 컴프레서 등 제품 생산 라인이 100% 가동되고 있었다. 부품 조립부터 제품 제작, 포장과 검증까지 모든 생산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뤄지고 있었다. 1도어 냉장고는 9.9초 만에 제품 포장이 완료될 정도였다.
LG전자는 1997년 노이다에 가전 공장을 세워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3년도 채 되지 않아 주요 가전제품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철저한 시장 분석과 현지 밀착형 생산이 효과를 냈다. 인도 요리에 필수로 들어가는 향신료를 보관하는 칸을 따로 마련한 향신료 냉장고, 불안정한 전력에도 가동할 수 있는 에어컨, 초음파로 해충을 쫓는 TV 등은 인도법인 자체적으로 개발한 상품이다.
인도 가전 시장에 안착한 LG전자는 2006년 푸네에 추가로 공장을 준공하며 현지 생산을 확대했다. 인도 시장을 겨냥한 소형 가전 제품은 주로 노이다 공장에서, TV와 대형 냉장고 등 값비싼 제품은 푸네 공장에서 제조하는 이원화 생산전략을 펼쳤다. 푸네 공장 생산물량의 약 15%를 인도 밖으로 수출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가전은 LG’라는 말은 인도에서도 통한다. LG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7월 세탁기(점유율 34.8%), 전자레인지(46.7%), 컴프레서(26.9%) 등 인도의 주요 가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올레드(OLED) TV 시장에선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냉장고(2위), 정수기(3위) 등도 모두 상위권이다.
실적도 매년 뜀박질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 인도법인 매출은 3조1879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기존에 출시하지 않았던 초대형 세탁기와 건조기, 의류관리기(스타일러) 등 프리미엄 가전 제품도 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도엔 고소득자만 수억 명에 달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많다”며 “그 어떤 시장보다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노이다, 푸네 외 새로운 지역에 신공장도 지을 계획이다.
노이다=배성수 기자
■ 인도 시리즈 특별취재팀
팀장=유창재 정치부장
박한신 경제부, 박의명 증권부,
배성수 산업부, 맹진규 정치부,
이현일·신정은 국제부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