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에 누나의 동거남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하고 있는 한인 남성의 사면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5일(현지시간) 한인 남성 앤드루 서(49·서승모) 씨가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에게 제출한 특별사면 청원이 수개월째 계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서 씨는 교도소에서 30년을 살며 보인 모범적 모습이 용서를 얻을 수 있길 바라고, 쿡 카운티 검찰 또한 사면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서 씨는 1993년 9월 범행 이후 1995년 재판에서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80년으로 감형될 수 있었지만 2002년, 2017년, 2020년 등 3차례에 걸친 사면 청원은 모두 거부됐다.
서 씨가 올해 재차 넣은 청원은 지난 4월 일리노이 수감자 심사 위원회의 심의 이후 프리츠커 주지사에게 전달됐다.
서 씨는 2세 때 1976년 군 장교 출신 아버지와 약사 출신 어머니를 따라 미국 시카고로 이민했다. 아버지는 9년 만에 암 진단을 받고 사망했고 이후 어머니가 세탁소를 운영하며 서 씨와 5살 위 누나 캐서린을 키웠다.
하지만 어머니 또한 2년 뒤 강도 흉기에 37차례 찔려 살해 당해 세상을 떴다. 서 씨는 그럼에도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생 회장을 맡고 미식축구 선수로 뛰며 어긋나게 자라지 않았다.
사건은 그가 대학생 2학년 때였다. 그는 누나 캐서린의 동거남이었던 로버트 오두베인(당시 31살)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 그것은 캐서린의 부탁이었다. 당시 캐서린은 동생에게 "오두베인이 엄마를 살해했다. 상속 받은 재산을 도박으로 탕진하고 나를 학대했다"며 권총과 도주용 항공권을 건넸다.
하지만 곧 다른 의혹이 있었다. 캐서린이 80만 달러 재산을 상속받고자 돈 문제로 그간 충돌한 어머니를 오두베인과 함께 살해했다는 추정이 나왔다. 실제로 당시 캐서린과 오두베인은 함께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서로가 알리바이를 보장해줘 수사망에서 빠져나왔다.
서 씨는 오두베인 살해 후 죄책감을 호소하며 자백했고 반면 캐서린은 도망쳤다. 캐서린은 오두베인 사건 6개월 뒤 하와이에서 붙잡혔다. 그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서 씨는 2010년 다큐멘터리 영화 '하우스 오브 서'(House of Suh)에서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누나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가족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프리츠커 주지사가 사면 대상자를 언제 최종 결정하지는 불투명하지만 서 씨 후원자들은 지난 3월 서 씨가 수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모범수들에게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도소로 이감된 일을 고무적 신호로 보고 있다. 서 씨도 매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내 인생의 다음 단계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