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마산그룹 투자한 SK·국민연금, 풋옵션 행사할까

입력 2023-09-06 16:22
수정 2023-09-07 09:34
이 기사는 09월 06일 16: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베트남 마산그룹 투자지분에 대해 다음 달부터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SK는 5년 전 국민연금과 펀드를 결성해 마산에 약 5300억원을 투자했다. 베트남 시장에 대한 그룹 의지가 크게 꺾인 상황인 만큼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동남아투자법인이 5년 전 단행한 베트남 마산그룹(Masan Group) 지주회사에 대한 투자가 오는 10월 풋옵션 행사기간이 도래한다. SK동남아투자법인은 당시 마산그룹과 주주간계약(SHA)을 체결해 5년 뒤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했다. 이 풋옵션은 10월부터 내년 10월까지 1년간 행사가 가능하다.

풋옵션 행사가격은 투자원금과 같다. 8만동 초반대 수준이다. 현재 마산그룹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화기준 약 4500원 안팎에 이르는 규모다. 최초 매입가격은 약 10만동이었지만 꾸준히 주식배당을 받으면서 평균 매입가격이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SK그룹은 지난 2018년 말 4억7000만달러(한화 약 5300억원)를 들여 마산 지분 9.5%를 확보했다. 당시 한화 기준 5300억원 수준이었다. SK가 2700억원, 국민연금이 1600억원, IMM인베스트먼트가 1000억원씩 출자했다. SK는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가 운용 주체로 나섰다. 국민연금 투자금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위탁해 운용했다.

마산그룹은 베트남 재계 2위이자 현지 식음료 분야 선두 그룹이다. 빈그룹에 이어 베트남 증시에 상장된 민간기업 중 시가총액 2위다. 각종 소스와 라면 등을 유통하는 식음료 사업과 축산, 광물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베트남 최대 민영 은행도 보유하고 있다.

SK가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마산그룹을 비롯해 동남아 투자자산에 대한 SK의 의지가 이전 같지 않다는 점에서다. 동남아 투자자산은 그룹 기조와 맞물려 작년 말부터 포트폴리오 조정이 시도돼왔다.

SK는 2018년 SK동남아투자법인을 설립해 '해외투자 전진기지'로 활용하려 했다. 3조원 규모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도 나섰다. 투자 당시만 해도 인구 규모에 비해 유통·의료 등 기반 시설과 인프라 확보가 부족한 베트남에서 폭발적인 성장 기회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기대와 달리 이렇다 할 투자 성과를 내진 못했다. 마산은 코로나19 시기 자동차와 유통 등으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면서 유동성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본업에 충실하지 않다는 비판 여론이 일면서 주가도 폭락했다. 한때 14만동까지 치솟았던 마산그룹 주가는 현재 8만동까지 떨어져 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