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이위안, 하루 남기고 300억원 이자 상환

입력 2023-09-05 18:18
수정 2023-09-06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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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지난달 상환유예를 신청한 달러 채권의 이자(2250만달러·약 300억원)를 내면서 가까스로 파산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중국의 주요 민간 부동산 업체 대다수가 채권 상환에 실패하고 있다. 비구이위안의 유동성 위기 이후 부동산 개발 업체의 도미노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이날 비구이위안은 지난달 7일 한 달간 상환유예를 신청한 10억달러 규모 외화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달러를 지급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비구이위안은 지난 1일 채권단 표결을 거쳐 39억위안 규모의 위안화 회사채 상환 기한을 2026년까지 연장하고, 원금과 이자를 3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데 합의했다. 현금 확보를 위해 광둥성 광저우에 있는 보유 자산 12억9150만위안 상당을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로 비구이위안이 부도 위기를 모면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동성 위기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는 평가다. 비구이위안이 올해 갚아야 할 해외 채권 규모가 약 1억6200만달러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지난주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Caa1’에서 디폴트가 임박한 ‘Ca’로 3단계 강등한 이유다. 무디스는 “유동성이 여전히 부족하고 디폴트 위험이 높아졌다”며 “비구이위안이 앞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역외 채권을 처리할 충분한 내부 현금이 없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케네스 로코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비구이위안은 ‘탄광 속 카나리아’(감지하기 어려운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징후)”라며 중국 부동산 위기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중국 민간 부문 상위 50개 부동산 개발 업체 중 34곳이 달러 발행 채권을 연체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가 줄지어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을 비롯한 16개 부동산 개발 업체가 이달 안에 갚아야 할 국내외 채권 이자와 원금은 총 14억8000만달러(약 1조9600억원)에 달한다.

지웨이펑 루미스세일즈인베스트먼트 아시아 수석애널리스트는 “부동산 부문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다수 기업이 경영난에 빠진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의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앤드루 챈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신용분석가는 중국 민간 부동산 업체 중 상업용 부동산에 중점을 두거나 국가 지원 비율이 높은 회사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올해 말까지 국내외에서 각각 1억4000만달러와 2억2200만달러 규모의 채권 상환 만기가 도래하는 시젠그룹과 애자일그룹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국영기업인 위안양그룹(시노오션)과 완커그룹도 위태롭다는 지적이다. 위안양그룹과 완커그룹은 각각 이달 5500만달러와 34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수재나 스트리터 영국 하그리브스랜즈다운 시장책임자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 중국 중소 도시의 주택 가격이 여전히 하락하고 있다”며 “(시장 위기 극복을 위해선) 훨씬 더 큰 규모의 지원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