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먼 커즌스는 웃음을 방탄조끼에 비유했다. 미국 ‘새터데이 리뷰’ 편집인으로 일하던 그는 52세에 ‘강직 척추염’이라는 불치병에 걸렸다. 류머티즘의 일종으로 염증 때문에 뼈와 근육이 점점 굳어지는 중증 질환이다. 완치율이 낮아 500명 중 1명이 치료될까 말까 할 정도다. 사지를 움직일 수 없어 침대에서 돌아눕는 것조차 힘들다.
어느 날, 그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난 뒤 통증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웃음의 치유력에 눈을 뜬 그는 이후 약 15분 웃으면 2시간 이상 통증이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염증 수치까지 줄어들었다. 모르핀으로도 어찌할 수 없었던 통증이 가라앉자 그는 모든 약과 수면제를 끊고 웃음 치료에 진력했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다시 걸을 수 있게 됐고, 2년 뒤에는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유효기간이 없는 최고의 양약"웃음 치료의 효과에 고무된 그는 여러 대학을 찾아가 경험담을 얘기하며 웃음 연구를 부탁했다. 처음에 비웃던 의과대학 교수들도 그의 끈질긴 설득 덕분에 연구에 들어갔고, 수많은 비밀을 알아내게 됐다. 그 또한 캘리포니아대학 부속병원에서 웃음의 의학적 효과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75세까지 웃음과 건강 연구에 매진한 그는 베스트셀러 <웃음의 치유력(원제: Anatomy of an Illness)>에서 “웃음은 유효기간이 없는 최고의 양약이며, 모든 병을 막아주는 방탄조끼”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웃음이 얼마나 놀랍고 긍정적인 최고의 약인지, 왜 웃음이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인지 강조하며 웃음을 잃지 말고 살아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평생 연구 결과처럼 웃음은 고통의 해독제면서 인간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표정이다. 호쾌한 웃음은 10분간의 운동 효과와 맞먹는다고 한다. 웃으면 심장박동수가 두 배로 늘어나고 폐 속에 남아 있던 나쁜 공기가 신선한 산소로 교체된다. 그만큼 훌륭한 유산소 운동이다.
미국 의료진의 논문 ‘웃음과 면역체계’에 따르면 웃을 때 ‘감마 인터페론’이 200배 이상 증가한다. 감마 인터페론은 면역체계를 관장하는 T세포를 활성화하고, 종양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백혈구와 면역 글로불린을 생성하는 B세포도 활발하게 해준다. 웃음이 면역세포인 NK세포(자연살상세포)를 활성화하고, 이 NK세포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파괴한다는 것이다.
웃을 때 근육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몸속의 650개 근육 중 231개가 함께 움직이는데, 이처럼 많은 근육이 움직이는 운동도 드물다. 3분의 1이 넘는 근육이 움직이는 동안 몸속 활력이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이때 안면근육은 세 부위에서 동시에 움직인다. 입가가 귀 쪽으로 늘어나며 입꼬리가 위로 향한다. 뺨 근육이 위로 올라가고, 눈가에는 주름이 잡힌다. 박장대소와 요절복통으로 웃으면 온몸의 근육과 206개 뼈가 함께 움직인다.
일부러 웃는 표정만 지어도 기분이 좋아질까.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138개 웃음 효과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미소를 짓는 표정이 감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웃는 표정을 흉내 내거나 입을 귀 쪽으로 잡아당긴 참가자들의 행복감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 번 웃으면 이틀을 더 산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다. 한자 성어로 ‘일소일소 일노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라 했으니 고금을 아우르는 진리다.
웃음 덕분에 면역기능이 향상된 사례는 동서양 모두에서 발견된다. 일본 니혼 의과대학 류머티즘과 요시노 박사도 웃음이 류머티즘 환자들의 염증 수치를 급격하게 낮춘다는 효과를 확인하고 웃음을 치료보조제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데이비드 제이컵슨이란 사람은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걸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가 자전거 대회에서 은메달을 딸 정도로 건강해졌다.
독일의 한 병원에서는 매주 1회 어릿광대를 불러 환자들을 웃기고 있다. 미국 듀크 의대 종합암센터, 뉴욕 향군병원, 버몬트 메디컬센터 등이 유머독서실과 유머 이동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뉴욕 컬럼비아 장로교 병원에서는 코미디 치료단을 발족했고 하버드 의대도 ‘유머 치료’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하루 5분 웃어도 평생 100일 불과웃음은 심신의 회복탄력성까지 키워준다. 펜실베이니아대의 캐런 레이비치와 앤드루 샤테 교수는 <절대 회복력>에서 “회복탄력성은 내면의 심리적 근육을 단련시켜주는 도구며 국가적 사회적 재난을 겪은 뒤에도 꿋꿋하게 살아가게 해주는 지렛대”라고 말한다.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훈련 중 하나는 ‘뒤센의 미소’를 짓는 것이다. 웃음 근육을 발견한 프랑스 심리학자 기욤 뒤센의 이름을 딴 것으로, 입과 눈까지 다 움직이는 진짜 미소를 가리킨다. 입만 웃는 팬암기 승무원들의 ‘팬암 미소’와 대비된다. 사람의 뇌는 자신의 표정에서 즐거움을 감지하기 때문에 웃으면 더 즐거워진다고 한다.
그러니 자신과 남을 위해 뒤센의 미소를 자주 지어 보자. 눈매와 입꼬리를 동시에 말아 올리는 뒤센 미소를 지으며 얼굴 근육을 활발하게 움직여 보자. 슬픔과 분노의 밑바닥을 어루만지면서 마음 근육과 웃음 근육을 함께 키우자. 팔십 평생에 하루 5분씩 웃어도 100여 일밖에 안 된다. 잠자는 데 26년, 밥 먹는 데 6년, 세수 양치하는 데 2년이라는데, 지금보다 세 배 더 웃어도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다.
소리 없는 미소(微笑)면 어떻고 떠들썩한 홍소(哄笑)면 어떤가. 크게 웃는 대소(大笑)와 갑작스러운 폭소(爆笑), 표정과 소리가 한꺼번에 터지는 파안대소(破顔大笑)면 또 어떤가. 보기 사나운 조소(嘲笑)나 비소(誹笑), 냉소(冷笑)만 아니라면 언제든 웃어보자. 꽃처럼 환한 함박웃음이면 더욱 좋다. 가끔은 가가대소(呵呵大笑), 포복절도(抱腹絶倒)에 눈물 콧물까지 곁들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