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과정에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탄핵까지 갈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설 의원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면서 항명 등 혐의로 수사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사건을 언급했다.
설 의원은 "이 사건 수사를 한 박정훈 전 단장에게 항명이라는 죄명이 붙었다"며 "대한민국 장관이 결재한 사안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한 총리는 "그 문제는 국방부 장관께서 본인이 언론에 보도할 자료를 받고 생각해보니 그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경찰에 이첩하되 국방부 장관으로서 의견을 제시하고 명령을 내리신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국방부 장관 명령을 듣지 않은 하나의 항명 사건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제 경찰에 사건이 이첩됐고, 경찰이 철저하게 이 모든 수사를 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가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시고 수사가 부족하다면 또 추가적인…"이라고 답을 이어가자 설 의원은 말을 끊었다. 설 의원은 "이 사건은 대통령이 법 위반을 한 것이고 직권남용을 한 게 분명하다고 본다. 대통령이 법 위반하면 어떻게 되나"라며 "탄핵할 수 있다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에서는 "탄핵 발언 취소하세요", "탄핵이 뭐야", "총리님 답변하지 마세요"라는 고성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설 의원은 여야 의원들 사이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재차 윤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한 후 발언을 마쳤다. 그는 "윤석열 정권은 1년 4개월 동안 친일 본색, 극우 뉴라이트 본색 무능과 독선 본색이 고스란히 드러난 폭거만 저질렀다"고 "경고한다. 이대로 가면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탄핵하자고 나설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이 방청석에서 하시는 행동은 국민들이 발언하는 사람들의 말을 못 듣게 방해하고 있다. 제발 경청해달라. 초등학교 반상회도 이렇게 시끄럽지 않다"며 장내 소란을 정리하고 다음 의원에게 발언 기회를 넘겼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