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피아나, 브루넬로 쿠치넬리, 제냐….
국내 프리미엄 남성복 갤럭시가 경쟁사로 꼽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다. 슈트 한 벌에 적게는 400만~5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브랜드들이다. 갤럭시는 올해 출범 40주년을 맞아 이 명품 브랜드들을 겨냥한 고급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남성정장 시장 규모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기는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수요는 있다고 봐서다.
갤럭시를 제조·판매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란스미어 팝업스토어에서 ‘갤럭시 4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브랜드의 미래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이무영 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상무·사진)은 “갤럭시가 한국 남성복을 대표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브랜드로 탈바꿈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3년 론칭한 갤럭시는 40년간 국내 남성복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향후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내외부적으로 팽배하다. 남성복 트렌드가 정장에서 캐주얼로 변해가는 추세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캐주얼 복장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데다가 기업 문화까지 변하면서 정장에 넥타이까지 갖춰 입는 사람은 직급이 낮아질수록 줄어드는 분위기다.
실제로 남성 정장 시장 규모(한국섬유산업연합회 통계)는 2011년 6조8668억원에서 비즈니스 캐주얼이 각광받던 2014년 이후 4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소 늘어나기는 했으나 지난해 역시 4조원대 후반 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국내 남성복 브랜드는 전체 패션 시장이 성장하는 국면에서도 매출 신장률이 감소하는 양상이다. 최대 판매처인 백화점 내 입지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3대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 내 매출도 지난 4월 2.2% 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5월 -6%, 6월 ?4.5%로 세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역성장하는 중이다. 백화점 내에서는 남성복 매장을 축소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도 “현재 국내 남성복 브랜드가 안팎으로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루이비통, 디올 등 글로벌 인기 명품 브랜드도 남성 전용 매장을 잇달아 내면서 고객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갤럭시는 글로벌 시장에서 명품과도 경쟁할 수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변화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이를 위해 브랜드 BI(정체성)을 '테일러드 엘레강스'(Tailored Elegance)로 잡고 브랜드 로고를 재단장했다.
상품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한다. 명품과 견줄 수 있는 최고급 라인인 란스미어와 자체 개발 소재를 적용한 프레스티지 라인, 합리적 가격대를 내세운 갤럭시 라인에 더해 30대 젊은 감성을 겨냥한 GX라인으로 상품군을 세분화했다. 특히 란스미어는 최고급 소재로 고객의 입맛과 체형에 맞춰 제품을 별도 제작해주는 비스포크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갤럭시는 남성 정장 브랜드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캐주얼 제품도 강화한다. 50대 이상 고객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지만 캐주얼 비중을 80%대로 확대하는 등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30대 젊은 신진 디자이너 '강혁(KANGHYUK)’과 손잡고 MZ(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캡슐컬렉션 등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명품 제냐 등 글로벌 남성 브랜드들이 전통 정장 콘셉트에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캐주얼 이미지로 전환하는 등 수트 브랜드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이 상무는 "기존의 남성복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2028년까지 매출을 2500억원으로 끌어올려 갤럭시를 메가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