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회계를 공시하는 노동조합에만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는 5~11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노동부는 개정안의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뒤 지난 6월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려던 계획을 올해 10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변경하면서 재입법 예고에 나선 것이다.
노동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했다"며 "노조의 투명한 회계 운영에 대한 조합원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제도 시행을 앞당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는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것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다음 달 1일에는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이 오픈한다. 노조와 그 산하 조직은 오는 10∼11월 두 달간 이 시스템에 2022년도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조합원은 이 시스템에서 노조의 공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노조가 공시해야만 조합원은 올해 10∼12월 납부한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올해 1∼9월에 낸 조합비는 공시와 관계없이 세액공제 받는다.
작년 연말 기준으로 조합원 수가 1000명 미만인 노조 산하 조직은 따로 공시하지 않아도 그 상급 단체가 공시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근로자가 노동조합비와 관련해 받는 세액공제 비율은 통상 15%며, 1000만원 초과분은 30%다.
노동계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논평에서 "직장인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시행령 시행 시기를 다급하게 앞당긴 것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증폭시켜 노조를 옥죄고 노조들의 총연합단체 탈퇴를 부추기려는 의도"라면서 "치졸하고 비열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노동조합법 등에 의해 운영 사항을 비치하고 공개하며 문제없이 운영되는 노조를 마치 큰 비리가 있는 집단처럼 매도하고 있다"며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노조의 자주적 운영에 대한 간섭·통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