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고독하다지만, 예술가들에겐 언제나 영감이 되는 존재가 있었다. 파블로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는 평생 서로를 라이벌이자 롤모델로 여겼고, 재스퍼 존스와 로버트 라우센버그는 아예 같은 집에서 살면서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앤디 워홀과 장 미셸 바스키아도 그런 사이였다. 지금이야 둘 다 20세기 대표 예술가로 불리지만,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둘 사이에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인종도, 나이도 다른 두 사람은 그렇게 진지한 우정을 나누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동료가 됐다.
현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두 예술가가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 국내 최대 문화예술 포털 '아르떼'에 따르면 세계적 경매사 크리스티는 국내 미술계 최대 행사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을 맞아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 전시장에서 '헤즈 온: 바스키아 & 워홀'을 연다.
9월 5일부터 7일까지 딱 사흘간만 열리는 이 전시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럿 있다. 먼저 워홀과 바스키아의 공동 전시가 국내에서 32년 만에 열렸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두 예술가를 동시에 조명한 전시가 열린 건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이 마지막이다. 20세기 팝아트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만큼 두 사람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으기가 어려워서다.
작품 하나하나가 세계 유명 미술관에 걸릴만한 '명작'이라는 점도 이 전시를 꼭 봐야 할 이유로 꼽힌다. 크리스티가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총 15점 뿐이지만, 이들 작품의 낙찰액을 모두 합하면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전시장 안쪽 공간에 걸린 바스키아의 '전사'(1982)는 2년 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4190만달러(약 472억원)에 낙찰된 작품. 아시아 경매에서 거래된 서양 작품 중 가장 비싸다. 워홀의 대표작인 '자화상'(1967)과 유명인 시리즈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이 아시아 거부의 '프라이빗 컬렉션'이기 때문에 이번 전시가 아니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전시 구성도 흥미롭다. 전체 전시장 안에 또 다른 전시장이 있는 '액자식 구성'인데, 전시장 바깥에는 워홀의 작품이, 안쪽에는 바스키아의 작품이 걸려있다. 특히 바스키아의 '전사'와 워홀의 '자화상'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구도라 두 사람의 애틋한 우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5~6일은 미술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뷰잉이지만, 7일은 일반인도 예약을 통해 전시를 볼 수 있다. 현대카드 다이브 앱이나 크리스티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