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별의 먼지로 만들어져 있다. 시(詩)적으로 들리는 표현이지만 과학적 사실이기도 하다. 인간을 비롯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우주의 별들이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며 흩뿌린 먼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바하마 출신 작가 타바레스 스트라찬(44)은 이를 작품 ‘폭발하는 은하로서의 자화상’(2023)으로 표현했다. 고성능 천체망원경으로 내다본 우주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 안에 십자말풀이 조각이나 글씨, 동물 그림 등 작가와 연결된 소재들이 보인다.
스트라찬은 이처럼 우주 등 바깥세상과 자신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통해 글로벌 미술계의 ‘스타’로 떠오른 작가다. 서울 신사동 페로탕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DO AND BE’는 작품 20여 점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전시다. 지난해 열린 프리즈 서울에서 페로탕 부스의 출품 작가로 소개되며 ‘완판 기록’을 쓰긴 했지만, 아시아에서 개인전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바하마대에서 회화를, 미국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에서는 유리 공예를, 예일대에선 조각을 전공했다. 다양한 전공처럼 그의 작품세계도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예컨대 이번 전시작 중 스트라찬이 수집한 지식을 정리한 책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백과사전’은 설치 작업으로 분류된다. 작품 주제도 다양하다. 흑인 탐험가와 우주비행사를 기리며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드러내는가 하면, 드넓은 우주 속 작디작은 인간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도 있다. 우주 헬멧을 쓴 자신의 세라믹 조각이 대표적이다.
스트라찬의 작품들은 작가만의 탄탄한 철학과 함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2010년대 말까지 20년 가까이 소속 갤러리 없이 작업하며 내공을 쌓은 게 전화위복이 됐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서는 모든 작품이 판매됐다고 한다. 전시는 10월 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