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회복력, 예상 뛰어넘더니…경기침체 전망도 늦춰졌다

입력 2023-09-03 14:50
수정 2023-09-0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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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기준금리에도 강하게 버티고 있는 미국 경제의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미국의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가 18만 7000개 추가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같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2일(현지시간) 뉴욕 월가에선 고금리에도 고용과 소비를 견조하게 유지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된 8월 미국 고용지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에서 올해 누적 310만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실업률은 7월 3.5%에서 8월 3.8%로 뛰었지만 이는 실직자가 많아져서라기보다 구직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일자리가 늘면서 미국인들의 실질 세후 소득은 1월 이후 매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엔 전년 동월 대비 3.8% 늘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가 소비로 이뤄지는데,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지출이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기업들이 인력 부족을 우려해 임시 계약직 인력을 활용해서라도 고용 인원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노동시장을 떠받치는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에 따른 보복 소비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도 미국 경제의 동력이다. 포드와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팬데믹 당시 반도체 쇼티지 영향으로 자동차를 구매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의 수요로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 중이다.

주택 시장도 활황이다. 과거 낮은 고정 금리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받은 미국 주택 소유자들이 최근 높아진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기존 주택을 매물로 내놓기를 꺼리고 있다. 반면 경기 둔화가 지연되면서 주택 구매는 여전히 견조하다. 매물이 귀해지면서 주택 가격은 뛰고, 신규 주택을 짓는 건설업체의 주가도 상승 중이다. 현재 높아진 대출 금리는 높아진 대출 금리 때문에 신규 대출을 받으면서 주택을 구입하기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반면 예상했던 경기 둔화가 지연되면서 실수요자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지난 1월 131만 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4.5% 감소했던 반면, 7월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늘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 등을 제정하면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이어지는 것도 경기 침체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에 미국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폐기했다. 바클레이즈와 시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완만한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를 내년 봄으로 연기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하치우스는 실리콘밸리 은행의 붕괴 당시 향후 1년 내 미국에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을 35%로 봤지만, 최근 20%로 낮췄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