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유 법무법인 피터앤김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와 정연호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15기) 등 다섯 명이 한국 중재제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5회 한국중재대상’을 받았다.
한국중재대상은 국내 유일한 상설중재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이 한국경제신문사와 공동으로 수여하는 상이다. 중재는 법적 분쟁을 법원 재판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정한 중재인의 판정을 통해 해결하는 절차다. 중재 판정 결과는 법원 확정판결과 똑같은 효력을 지닌다. 단심제로 처리돼 분쟁을 종결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이 재판보다 짧다.
이번 시상식은 8월 30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열렸다. 국제, 국내, 차세대 리더, 실업계 등 네 개 분야에서 시상이 이뤄졌다. ‘론스타 분쟁’ 김갑유, 국제중재인 수상지난해 두드러진 성과를 낸 국제중재인으로는 김갑유 대표변호사가 선정됐다. 한국의 1세대 국제중재 변호사로 꼽히는 김 대표변호사는 태평양 국제중재소송그룹을 이끌어오다가 2019년 피터앤김을 설립해 굵직한 중재사건을 맡고 있다. 30여 년간 약 330건의 중재사건을 담당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말 한국 정부가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에서 당초 제기된 금액(46억7950만달러)보다 대폭 줄어든 2억1650만달러(약 2800억원)의 배상 판정을 받는 데 기여했다. 같은 해 10월엔 인천 송도 국제업무단지 개발을 두고 포스코건설이 미국 부동산개발회사 게일인터내셔널과 벌인 23억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 분쟁에서 포스코건설의 승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국내중재인 부문 상은 정연호 변호사와 차흥권 법무법인 을지 대표변호사(18기)가 받았다. 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는 중국법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로 율촌 중국대표처 수석대표변호사를 거쳐 현재 중국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 중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1년 중재인이 된 뒤 지금까지 148건의 중재사건을 맡았다. 건설 분야 전문가인 차 변호사는 2002년 중재인으로 위촉된 후 다수의 중재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민간·공공분야 건설·토목 분쟁에서 존재감을 보여왔다는 평가다. 차세대 리더에 박장미 변호사한국중재대상은 만 50세 이하 전문가에게 ‘차세대 리더’ 상을 주고 있다. 올해는 박장미 대석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38기)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 변호사는 SK텔레콤 사내변호사 출신으로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다.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분쟁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박 변호사는 수상 직후 “중재는 당사자의 언어에 가까운 심리를 통해 법적 판단을 받는 제도”라며 “공정한 판정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업계 부문 상은 이승우 인하대 교수(전 인천도시공사 사장)가 받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부장 등을 지낸 이 교수는 각 지방자치단체 신하 도시공사 등이 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맹수석 대한상사중재원장은 “중재원이 분쟁 해결의 중심지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중재인들의 헌신과 열정 덕분”이라며 “분쟁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데 전념하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