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열풍에 올라타자"…몰려드는 글로벌 명품·패션

입력 2023-09-01 18:32
수정 2023-09-02 02:04
글로벌 명품·패션 기업이 앞다퉈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고 있다. 국내 패션 업체와 독점 판권 계약을 맺는 식으로 우회 진출을 택했던 유수 기업들이 최근 들어 한국 법인을 세우고 제품 소싱(조달), 홍보, 판매 등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코로나19 발생 후 3년여간 한국에 직접 진출했거나 선언한 해외 브랜드만 30여 개에 달한다. 패션업계에서는 “한국 패션산업사(史)에 이런 적이 없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의류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는 최근 한국 시장 직진출을 결정했다. ‘MZ세대 신(新)명품’으로 꼽히는 아크네는 2013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국내에 제품을 판매해 왔다. 이달부터는 신세계가 일정 수수료를 받고 아크네 국내 매장 운영 등 ‘서비스 매니지먼트’만 맡는다.

지난해 명품 의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 ‘마르니’ 등을 소유한 OTB그룹에 이어 올해 ‘끌로에’(리치몬트그룹) ‘셀린느’(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 등도 줄줄이 별도 법인을 세우고 한국 시장에 직진출했다.

최근 3년간 국내에 직진출했거나 진출 계획을 밝힌 해외 브랜드만 30여 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일차적으로는 국내 명품시장이 급성장한 데다 수년간 국내 유통 채널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만큼 시장에 직접 진출해 이익을 늘리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세계적으로 K컬처 열풍이 거세게 부는 것을 활용해 한국에서 먼저 성공한 뒤 이 성과를 내세워 해외 판로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올해 ‘루이비통’ ‘구찌’ 등 명실상부한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가 잇달아 국내에서 패션쇼를 연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간호섭 전 한국패션문화협회장은 “K컬처 확산 덕에 한국이 일본 중국 등을 제치고 아시아 패션시장의 테스트 베드(시험 공간)로 급부상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