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5일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사진)이 “지난 6년은 첩첩산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와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재판 지연현상을 불러왔다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6년간의 임기를 “첩첩산중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산을 넘어도 계속 산이 있었다고 할 정도로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로는 2026년 가동 예정인 형사재판의 전자소송 시스템 도입을 꼽았다. 김 대법원장은 “서류를 복사하지 못해 재판이 연기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였는데, 이제는 국민이 큰 편익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갈수록 심화하는 재판 지연현상의 원인을 두고는 “법관이 사건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결과”라며 “법관증원법을 통해 법관을 늘려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와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재판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는 법조계 안팎의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이 승진 제도가 있을 때는 성심을 다하고 없어지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법원장 추천제는 법원장이 재판을 독려하기 어렵게 하기보다는 지방 법관도 법원장이 될 기회를 줘 역량을 갖춘 인물이 더 열심히 일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고 주장했다.
친노동 성향 등 대법원 판결의 편향 논란에 대해선 “대법관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으며 의미 있는 판결도 많이 했다”고 자평했다. 의미가 큰 판결로는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청구한 손해배상 인용 △장남이 아닌 사람의 제사 주재 권한 인정 등을 꼽았다.
김 대법원장은 후임으로 지명된 이균용 후보자를 두고는 “지금 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이 후보자가 “최근 무너진 사법부의 신뢰 회복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한 데 대해선 “(신뢰 회복은) 나 역시 추구해 온 가치”라며 “말한 대로 진행해 성과를 내길 바란다”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