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최대주주 간 지분 싸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5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며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사이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이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하며 지분을 늘린 것이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공동 창업주가 영풍그룹을 세우면서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최 회장이, 전자 계열사는 장 고문이 경영해오고 있다.
고려아연은 1일 에이치씨와 씨케이라는 회사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고려아연 주식을 각각 8만4299주, 6만9981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에이치씨는 장 고문, 씨케이는 장 고문 자녀의 개인회사다. 이 두 회사가 매입한 주식 지분율은 0.75%가량이다.
장 고문은 최 회장이 경영하는 고려아연에서 장씨 일가 중 유일하게 이사를 맡으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장 고문은 현대차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한화그룹(한화H2에너지USA)을 상대로 유상증자하기로 결정하는 이사회에도 나오지 않았다.
경제계 관계자는 “최 회장과 친밀한 재계 총수들이 우호세력으로 나서면서 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자 장 고문 측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31일 고려아연이 현대차를 대상으로 결정한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율은 총 28.58%에서 32.12%로 높아진다. 장 고문 일가 측 지분율은 32.66%에서 31.02%로 낮아진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