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새 국가 부채를 두 배 이상 늘린 일본에 본격적으로 ‘외상값’이 돌아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내년 한 해 동안 국채 이자로만 90조원을 물어야 할 판이다.
1일 일본 재무성은 2024년 국채비 예산으로 28조1424억엔(약 255조원)을 의회에 요청했다. 올해보다 11.5% 늘어난 규모로, 내년 예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채비는 갚아야 할 국채 원금과 이자비용을 합한 금액이다. 특히 이자비용만 9조5572억엔으로 올해보다 12.8% 증가했다. 한국 돈으로 약 87조원이다.
지난 20여 년간 일본의 연간 국채 이자비용은 7조~8조엔 수준이었다. 일본은행이 10년 이상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이자비용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이자 부담이 급증한 건 지난 7월 28일 일본은행이 장기금리를 사실상 연 0.5%에서 연 1.0%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재무성도 이를 반영해 이자비용을 계산할 때 적용하던 금리를 연 1.2~1.3%에서 연 1.5%로 올렸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 부채 급증이다. 올 상반기 일본의 국가 부채는 1026조엔이다. 509조엔이던 2007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기부양책)가 시작된 2013년 이후로 범위를 좁혀도 국가 부채는 10년 새 300조엔 증가했다.
내각부는 2032년 국채 이자비용이 18조40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 이자비용의 두 배다. 다이와증권은 “2032년으로 이자비용 증가가 끝나는 게 아니라 추가로 두 배 더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채비뿐만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사회보장비, 지방교부금 등 고정비로만 매년 예산의 70% 이상을 쓴다. 고정비가 늘수록 성장을 위한 정책에 투입할 예산이 줄어드는 ‘재정의 경직화’가 심해진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올해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지정한 저출산 대책도 3조5000억엔의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재원 방안 마련을 뒤로 미뤘을 정도다.
2022년 한국의 국가 부채(차입부채)는 1004조원이다. 2018년 624조원이던 부채가 5년 새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경제는 성숙해지는 한국은 재정이 경직되는 속도도 더 빠를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국채 원리금을 상환하느라 허덕이는 일본의 사정이 남 일 같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