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집값 상승에 '바닥론' 확산?…"통계적 착시일 뿐" [이송렬의 우주인]

입력 2023-09-02 07:31
수정 2023-09-02 07:41

"지방도 서울처럼 주요 지역, 핵심 입지의 집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이 전반적으로 올라 지방 집값이 상승 반전한 것이 아니라는 게 핵심입니다. '통계적 착시' 현상인 셈입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사진·51)은 최근<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방 집값이 68주 만에 상승 반전해 '바닥론'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은 지역과 단지는 반등에 성공한 이후 오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여전히 부진하다"며 이렇게 답했다.

김학렬 소장은 "통계적인 관점에서 전체 평균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예컨대 0이라는 숫자 안에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섞여 있다. 지방이 다 같이 올라 상승 전환한 것이 아니라 상승과 하락이 상쇄돼 나온 결과"라고 짚었다.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하는 이런 흐름은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등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단 설명이다.

김 소장은 "서울을 놓고 보면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했다. 송파구 집값 상승세가 거세고 송파구 옆 강남구, 강동구가 올랐고, 강남구가 오르자 서초구도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라면서 "이들 지역이 상승하자 동작구, 광진구 등 강남 3구 주변 아파트로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노·도·강·금·관·구'(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구) 등까진 온기가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도 올랐다고는 하지만 집값 상승이 거센 지역들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반등이 가파른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 역시 서울과 마찬가지로 실수요자들이 관심이 많은 주요 단지들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며 "충청권에선 세종이, 대구에선 수성구가, 대전에선 서구와 유성구 등 지방에서도 지역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은 자치구나 단지는 반등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권 집값이 다 같이 올랐던 상황이 특이한 경우"라면서 "모든 지역, 모든 아파트가 동시에 오르고 동시에 내리진 않는다. 가격이 엇갈리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지역, 단지가 살아나는 이유에 대해선 '일자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부동산 시세가 움직이는 요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히 일자리"이라면서 "예컨대 강남구 인구가 50만명인데 구내 일자리는 약 75만개로 추정된다. 강남구에 사는 사람들이 다 일해도 모자라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강남을 중심으로 해서 강남과 가까운 지역의 집값이 먼저 반응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경기권에서도 북부보다 남부가 더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자체적인 일자리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강남권과 가까운 남부 지역 집값이 더 빠르게 반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런 온기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올 초까지만 하더라고 서울,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가 속해있는 동남권과 경기도 일부 지역만 올랐는데 최근엔 이 범위가 더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다만 속도는 가파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무주택자들에겐 매수 시기를 가늠하지 말고 일단 사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실수요자들은 어떤 시기에 사도 상관없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투자자라면 시세 차익을 봐야 하기 때문에 매수 가격보다 무조건 올라야 하지만 실수요자들의 경우 투자보다는 거주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집을 사게 되면 1~2년을 살고 팔지 않고 상당히 오랜 기간 거주하게 된다. 당장의 등락보다는 최소 5년이나 10년 후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집을 봐야 한다"며 "10년 뒤 강남 집값이 지금보다 내릴 일은 거의 없다. 향후 가격이 오를 지역의 핵심 단지를 매수한다면 손해를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하루라도 빨리 집을 마련하라고 얘기하는 것은 집을 사야지만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생기기 때문"이라면서 "시행착오를 빨리 겪어야 더 나은 지역과 집을 고를 수 있는 눈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지역을 선정할 때는 가격순으로 줄을 세워보고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주식은 주당 가격으로 주식을 값어치를 따지지는 않는다. 예컨대 에코프로가 120만원대고 삼성전자가 7만원에 가까운 가격인데 주당 가격으로 어떤 주식이 더 좋다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부동산에선 3.3㎡(평)당 1억원짜리 집이 3.3㎡당 5000만원짜리 집보다 2배 수요가 많다고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교통망의 발달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한 생활권으로 볼 수 있다"며 "경기도 과천을 예로 들면 서울에서 강남 3구, 용산구 등 고가 지역을 제외하면 서울에 있는 어떤 지역과비교해봐도 집값이 대등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 경기, 인천을 놓고 지역별 혹은 단지별로 가격 줄 세우기를 해보면 어떤 단지를 매수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굳이 서울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강의할 때 만든 말 중 F4라는 말이 있는데 과천, 성남, 하남, 광명 등을 일컫는 단어다. 이들 지역 새 아파트는 서울과 다름이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바닥론에 대해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면서 "이제는 지역별, 단지별로 가격이 차별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본다. 서울 핵심 입지엔 가격이 내리는 아파트는 점점 적어질 것이고 지방은 핵심 지역을 제외하면 가격이 내리거나 횡보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집은 가격이 오를 때보다 내릴 때 사는 게 훨씬 좋다"며 "시장이 침체해 조용하다고 방관하기보다는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기회를 잡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학렬 소장은 1997년 롯데백화점 본점 신사스포츠팀에 있다가 1999년엔 GS리테일(옛 LG유통) 단품정보팀에서 일했다. 2002년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에서 팀장을 역할을 수행했다. 현재는 스마트뷰트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겸 스마트튜브 대표다. '서울 부동산 절대 원칙' 등 28권에 달하는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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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