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수능처럼 금리와 관련된 문제가 나오면 수험생들은 꽤 당황합니다. 대출 같은 은행 거래를 경험하기 어려운 수험생 입장에서는 금리가 잘 와닿지 않죠. 금리를 이해하고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안다면, 어떤 금리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어요. 명목·실질금리 구별해 봐야금리는 쉽게 말해 이자입니다. 돈을 빌리고 지불하는 대가죠. 이자는 곧 돈의 가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연 5%의 이자를 내야 하는 대출 상품이 있어요. 이 상품을 잘 보니 4%의 조달금리와 1%의 가산금리로 이뤄져 있다고 칩시다. 4%는 은행에서 그 돈을 구해올 때 지불하는 이자이고, 1%는 자신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덧붙이는 이자입니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위험값으로 1%를 떼는 셈이죠.
5% 대출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금리가 5%죠. 그런데 올해 물가상승률이 4%라고 합시다. 그러면 명목상 금리인 명목금리는 5%지만, 실질금리는 5%에서 물가상승분 4%를 뺀 1%가 되는 셈이죠. 만일 물가상승률이 5%인데, 금리가 5%라면? 사실상 이자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거죠. 금리가 높으면 대출받기가 어렵겠죠. 기업과 민간의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고금리일 때 주가와 채권 가격이 신통찮고 경제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에 자산 가치가 떨어진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반대로 금리가 낮아지면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물가가 오르면서 자산시장에 거품이 낄 수 있어요. 실질금리가 0% 혹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코로나19 팬데믹 때 자산 가치가 폭등한 것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한국은행이 금리 조절그렇다면 금리는 누가 정하는 걸까요? 금리는 기본적으로 각 나라 중앙은행이 결정해요. 우리나라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그 역할을 하죠. 자국의 경제 사정, 다른 나라와의 비교 등을 통해 기준금리를 정하는 거예요. 지금 한국의 기준금리는 3.50%입니다. 미국은 최고 5.50%죠.
한국은행은 금융기관들과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매하며 금리를 조정해요. 한국은행은 7일 뒤 되사주는 것을 약속한 7일물 RP를 이용해 시장의 유동성, 즉 돈의 흐름을 조절합니다. 만일 금리를 높이고 싶다면? “7일 뒤에 우리가 높은 금리로 다시 사줄게”라며 RP를 내놓죠. 그럼 시장에서는 어떻게 할까요. ‘어?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걸 팔고 저걸 사면 더 이득이네’ 하면서 한국은행에 돈을 주고 RP를 사겠죠. 그렇게 시중에 유통되는 돈을 한국은행이 빨아들이는 것입니다. 반대로 시장에 있는 RP나 채권 등을 사들이는 식으로 한국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 수도 있죠. 그렇게 자신들이 제시한 목표금리 ‘3.50%’를 맞춰가는 거예요. 어느 날 “이제부터 3.50%로 거래하라”라고 공표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장·단기금리 차이 주목한국은행이 정한 기준금리는 다른 금융상품의 금리를 좌우해요. 다만 금리도 금융상품 기간에 따라 크게 다른데요, 보통 1년 미만으로 거래되는 채권이나 짧게 거래되는 보통예금 금리 등은 단기금리라고 하죠. 반대로 미국 국채 10년물이나 정기예금처럼 오래 들고 가야 하는 상품에는 장기금리가 적용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아요. 예를 들어 돈을 통장에 그냥 넣어두는 것보다 5년 뒤 찾을 수 있는 적금에 이자를 더 높게 쳐주는 거죠. 하지만 앞으로의 경제가 불안하거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될 땐 어떨까요. 단기금리가 높아지고 장기금리가 낮아지겠죠.
눈치채셨나요? 장기와 단기의 금리 차는 시장이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를 반영하고 있어요. 장단기 금리 차가 줄어든다면 향후 경제 전망이 좋지 않다고 시장이 느끼는 거죠. 만일 시장에서 ‘경제가 안 좋아질 테니 미래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겠지?’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요. 장기금리가 더 떨어지겠죠. 그러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그래서 좋지 못한 징후입니다.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1. 이자가 5%인데 물가상승률이 3%다. 명목금리와 실질금리는 각각 %일까?
2. 금리는 누가, 어떻게 정할까?
3. 장단기 금리 차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