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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8월 강수량이 30% 넘게 쪼그라들어 12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인도의 날씨는 쌀이나 콩, 사탕수수 등 곡물 생산량과 직결되는 요인이다. 시장에선 인도가 쌀 외 다른 곡물들에 대한 추가 수출 제한을 단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인도의 강수량은 162.7㎜(6.4인치)로, 평소 대비 36% 적었다. 로이터통신은 8월 기준 “사상 최저치”라고 전했다.
지역별로 보면 인도 남부 지역은 평년 대비 60%, 중부는 47%, 북서부는 37%가량 적은 비가 내렸다. 8월 평균 기온이 1901년 이후 최고치를 찍은 데 따른 결과다. 올해 6~8월 누적 강수량은 평균보다 10% 낮은 수준이었다.
우기에 내리는 비는 인도에서 나는 설탕, 콩 등 작물의 발육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인도 농지의 70%가량이 관개용수를 비로 충당하고 있다.
현지 매체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8월에 비가 내리지 않는 휴지 기간이 20일에 달했다. 2005년(16일) 이후 최장이다. 기온 상승에 따라 최근 몇 년새 휴지 기간은 계속해서 늘어 왔다.
인도에선 지난해부터 장마가 불규칙하게 이어지면서 이미 곡물 생산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상태다. 공급이 줄자 지난 7월 기준 인도의 국내 소매 물가 상승률은 15개월 만에 최고치인 7.4%까지 치솟았다. 곡물뿐 아니라 토마토, 양파 등 야채 가격도 덩달아 오르며 소비자 물가 전반이 오름세였다. 인도 정부는 밀과 쌀 등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주식으로 삼는 곡물의 수출을 제한했고,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들썩였다.
올해 말까지 엘니뇨(적도 지역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가 기승을 부릴 확률이 높아 전 세계 곡물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수출 대국인 인도의 수출 통제 정책으로 아시아 지역 쌀 가격은 15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고, 뉴욕상품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설탕 선물 가격도 올해 들어서만 25% 넘게 올랐다.
블룸버그는 “세계 2위 공급국인 인도의 생산량 감소는 글로벌 식량 시장에 더 강한 스트레스를 가하고 주요 상품의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월까지 급감한 강수량이 9월에 얼마나 회복될지가 올해 작황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인도 기상 당국은 일단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르티윤자 모하파트라 인도 기상청(IMD) 국장은 “9월 강수량은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4개월간(통상 6~9월)의 몬순(우기) 기간 총강수량은 평균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북동부 지역과 여기에 맞닿은 동부 지역에 평균 이상의 강수량이 예상되며, 히말라야 산맥과 남부 지역에도 충분한 비가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