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전력 사장 후보로 4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의원(사진)을 단수 추천했다. 1961년 한전 발족 후 62년 만에 첫 정치인 출신 사장이 임명될 전망이다. 김 전 의원이 취임하면 지난 5월 정승일 전 사장이 조기 퇴임한 뒤 약 넉 달 만에 한전의 경영 공백이 해소된다. 다만 재무위기 등 한전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치인 출신 사장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나온다.
3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김 전 의원을 차기 사장 후보로 단수 추천받은 한전은 9월 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신임 사장 선임 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이사회 의결 후에는 2주간의 공고와 주주총회 의결, 산업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한전 사장 임기는 3년으로,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다.
1955년생인 김 전 의원은 17~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17대 총선에 당선됐고, 19대 국회에서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옮겨 20대 국회에선 같은 당 원내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대선에선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고문 겸 지역화합본부장을 지냈다.
한전 사장은 전통적으로 산업부 출신 관료가 맡아왔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정승일 전 사장도 산업부 차관 출신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외부 출신 사장이 한전을 개혁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 김 전 의원이 낙점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인 출신 비전문가가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의 위기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기업인 출신이 사장을 맡았을 때도 전문성 논란이 불거졌다. 다만 김 전 의원이 정치인 출신의 장점을 살려 외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전기요금 인상, 송전망 갈등 등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현재 한전은 그 어느 때보다 신임 사장의 책임이 막중한 상황이다.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지만 전기요금 인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탓에 202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누적적자가 47조원에 달한다. 올 6월 말 기준 부채는 200조원을 넘어섰다. 채권을 발행해 연명하면서 한전이 부담하는 이자비용만 하루 75억원에 달한다.
안정화되던 유가와 환율이 최근 다시 꿈틀거리면서 내년에도 적자가 우려되고 있다. 당장 이달 말 올 4분기 전기요금도 조율해야 한다. 위태로운 한전의 상황을 보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필요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여권에서는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송전망 투자도 절실하다. 한전은 2036년까지 56조원을 송전망 구축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안가에 있는 원전과 태양광 전력을 송전망을 통해 첨단 기업이 몰린 수도권으로 연결하기 위한 작업이다. 그러나 연구개발 예산 확보조차 어려운 한전의 재무 상황과 지방자치단체 반발 등이 걸림돌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