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배터리 출력과 충전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고체전해질을 개발했다. 차세대 제품인 전고체배터리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SK온은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이온전도도를 갖춘 ‘산화물계 신(新)고체전해질’을 박희정 단국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함께 개발했다고 31일 발표했다. 리튬이온전도도는 전해질 내 리튬 이온의 이동 속도다. 속도가 빠를수록 배터리 출력이 커지고 고속으로 충전된다.
이번 개발로 전고체배터리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 ‘AFM’ 표지논문(사진)에도 게재됐다. SK온과 단국대 공동 연구팀은 국내외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연구팀은 산화물계 고체전해질 소재인 LLZO의 첨가물질을 조정해 리튬이온전도도를 기존보다 70% 개선했다. 리튬이온전도도가 높아지면 안정성이 떨어지는데, 연구팀은 LLZO의 미세 구조를 균일하게 제어하는 기술로 극복했다. 산화물계 고체전해질은 황화물계에 비해 이온전도도가 낮지만 화학적 안정성이 우수하다.
배터리 용량도 크게 늘릴 수 있다. 액체전해질을 사용한 리튬이온배터리의 사용 전압은 최대 4.3V지만, 산화물계 고체전해질을 사용하면 최대 5.5V까지 늘어난다. 이론적으로 배터리 용량을 최대 25%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 고체전해질은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를 기반으로 하는 전고체배터리 외 리튬-황 배터리, 리튬-공기 배터리를 전고체화하는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SK온이 개발 중인 고분자-산화물 복합 전고체배터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최경환 SK온 차세대배터리연구센터장은 “이번에 개발한 고체전해질은 고품질의 전고체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혁신 기술로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등 두 종류의 전고체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두 종류 모두 2026년 시제품을 생산하고, 2028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건설 중인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는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