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이럴 줄은"…계약금에 옵션까지 '공짜' 쏟아낸 아파트 [현장+]

입력 2023-09-01 07:22
수정 2023-09-01 08:58

서울 분양 시장에 온기가 퍼지고 있지만 일부 소규모, 비브랜드 단지들은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집이 팔리지 않자 중도금 무이자, 이자 후불제, 분양가 할인과 함께 물론 각종 유상옵션을 무상으로 전환하는 등 미분양 물량 털기에 안간힘이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지어지는 '빌리브 디 에이블'(299가구, 2025년 7월 입주)은 분양한 256가구 가운데 44가구만 계약이 맺어졌다. 212가구, 즉 82%에 달하는 물량은 미분양됐다. 서울에서 미분양 주택 수가 가장 많은 단지다.

이 단지는 지난해 4월 분양했다. 분양 당시 256가구 가운데 단 11가구만 계약돼 245가구(95.7%)가 미분양 상태로 남았다. 전용 38~49㎡ 소형 면적대로 구성됐는데 분양가는 8억~13억원대로 책정돼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얘기가 쏟아졌다.


단지 사업 주체는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올 초 분양조건을 변경하고 다시 판매에 나섰다. 기존 계약자들에겐 계약금을 모두 돌려주고 각종 혜택을 추가해 다시 청약받았다. 풀옵션 추가 비용을 받지 않았고 발코니 확장 비용도 무료로 전환했다. 중도금 이자도 지원하고 계약금도 지원했다. 각종 유상옵션과 계약금 지원 등을 포함하면 최대 1억원가량이 된다.

혜택을 지원한 이후엔 계약자가 급증했다는 게 이 단지 분양 사무소 측의 설명이다. 단지 분양 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혜택받은 가구 수만 100가구가 넘고 남은 물량은 60~75개 사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분양 현황은 아직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2~3개월 후 반영되면 미분양률은 현재 알려진 82%에서 줄어들 것이라는 게 현장 사무소의 설명이다.

서울 분양 시장이 살아난다고는 하지만 소규모, 비브랜드 단지들은 여전히 미분양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들 아파트들은 다양한 혜택을 내세워 미분양 물량 해소에 나서고 있다. 강서구 등촌동 '등촌지와인'(86% 미분양), 화곡동 '화곡 더리브 스카이'(81% 미분양) 등은 3000만~7000만원에 달하는 유상 옵션을 모두 무상으로 전환해 분양 중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사업주체들이 각종 혜택으로 미분양을 소진하는 것과 관련 '임기응변'식의 대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각종 분양 혜택은 근본적인 미분양 물량 해소의 해결책이 아니다"면서 "가격을 낮추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가격을 내리면 사업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에서 미분양 해소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 주체의 미분양 해소 자구책이나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매입 임대사업 추진, 대출금리 완화,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 완화 등이 있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면 지방도 따라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분양 물량은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3087가구로 전월(6만6388가구)보다 5%(3301가구) 줄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2월 7만5438가구까지 치솟으며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3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 감소세가 뚜렷했다. 수도권 미분양은 8834가구로 전월 대비 16.3%(1725가구) 감소했다. 인천이 1212가구로 전월 대비 43.7%(940가구)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