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가 31일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이에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단식'에 대해 했던 발언이 재조명받고 있다.
이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며 "윤석열 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6년 성남시장 시절에도 광화문광장에서 11일간 단식 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2016년 6월,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발해 단식 농성을 시작한 이 대표는 단식 돌입 11일째에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면담을 가진 후 농성을 중단했다.
이 대표의 '단식 비판' 발언은 2016년 10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면 나왔다. 그는 이정현 대표의 단식을 비판하며 "맘대로 안 된다고 해서 단식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정현 대표는 야 3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해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에 대해 자신의 SNS에 '이정현 대표 단식과 이재명 성남시장 단식의 다른 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단식은 약자들의 최후 저항 수단"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방자치 탄압에 맞선 성남시장의 단식은 저항이지만,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해서 하는 집권여당 대표의 단식은 저항이 아닌 땡깡이나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 선언에 대해 "뜬금포 단식 선언"이라며 힐난하고 있다. 검찰과 출석 일정을 조율하던 차에 이뤄진 단식 선언에 '방탄용'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도 거두지 않았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체 무엇을 위한 단식인가. 결국 자신을 향한 법의 심판이 다가오니 어떻게든 관심을 돌려보기 위해 가장 치졸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며 "아직도 대한민국 곳곳의 복지 사각지대에는 제때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가정이 있고, 당장 수많은 서민이 오늘도 생계를 위해 일터로 향하는 마당에, 제1야당 대표가 되지도 않는 핑계로 단식에 나선다고 하니 황당함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단식이든 국민항쟁이든 할 때 하더라도 약속한 '영장 심사'부터 먼저 받기 바란다"며 "검찰 출석과 체포동의안이 코앞인 시점에 단식한다고 하니 어딘지 모르게 찜찜하기만 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거대 다수 의석의 힘으로 원하는 것은 다 밀어 붙여온 제1야당 대표가 뭐가 부족해서 단식을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당 대표 취임 이후 1년 동안 본인 혼자만 살겠다고 방탄에 전념하고 나서 남 얘기하듯 윤석열 정부를 탓하며 갑자기 무슨 단식이냐"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