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31일 16: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MG손해보험과 JC파트너스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 소송은 보험업계의 관심이 큰 재판이었다. 지난해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지급여력비율(RBC)이 떨어지며 재무 건전성에 위협을 받았던 보험사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순자산 감소 현상은 착시효과"라는 JC파트너스 측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일지 주목했다.
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금융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부실금융기관 지정 시 단기적 매크로 경제 상황이 변하더라도 기존에 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는 의미를 담은 판결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착시효과라는 주장 수긍 어려워"31일 서울행정법원의 MG손해보험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 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MG손해보험의 최대 주주인 JC파트너스 측은 금리 인상 시기임에도 금융위원회가 보험감독업무 시행세칙의 평가 기준을 형식적으로 적용해 MG손해보험을 채무상환 능력이 없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고 주장했다. MG손해보험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건 자산은 시가평가를 하면서 부채는 시가평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JC파트너스 측 설명이다.
법원은 JC파트너스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라 부채와 자산의 평가 및 산정은 금융위원회가 미리 정하는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금융감독원의 자산·부채 실사 당시에 적용되던 평가 기준에 의할 때 MG손해보험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금리인상 여부는 부실금융기관결정이 적법한지 여부의 판단을 직접적으로 좌우하지 않는다"고 했다.
MG손해보험의 재무건전성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악화한 상황이었다는 점도 법원이 금융위 손을 들어준 배경으로 작용했다. 법원은 "MG손해보험은 2018년에도 RBC가 100% 아래로 떨어져 시정조치를 받는 등 재무 건전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됐다"며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다는 평가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착시효과라는 주장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 MG손보 자생 어려울 것으로 판단법원은 MG손해보험이 앞으로도 스스로 충분한 자본확충을 이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JC파트너스는 2021년 6월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JC파트너스 측에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 요구) 대상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사전 통지하고, 이듬달 경영개선 요구 조치안을 통보했다.
이에 같은 해 8월 JC파트너스는 금융위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했으나 금융위는 이를 불승인했다. 계획서에 자본금 증액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JC파트너스가 투자확약서 등 이행에 관한 어떠한 증빙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JC파트너스는 10월 경영개선계획서를 다시 제출했고 금융위는 '계획서의 일정대로 자본확충을 완료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JC파트너스는 2021년 12월까지 마무리 짓기로 한 1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지 못했다. 금융위는 이에 지난해 1월 경영개선계획 불승인을 통보했다. 2월 말까지 유상증자 및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확충의 실시를 의결하는 이사회를 열고, 투자확약서를 포함한 세부 이행방안을 제출하라는 내용을 담은 경영개선명령 조치도 통보했다.
JC파트너스는 이사회를 열긴 했지만, 투자확약서를 포함한 세부 이행방안을 제출하지 못하면서 결국 지난해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MG손해보험의 등기 임원 전원은 업무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MG손해보험은 이행한 자본 확충 규모는 스스로 제시한 목표치인 1494억원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234억원에 불과하다"며 "향후에도 MG손해보험 스스로 충분한 자본확충을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항소해도 판결 뒤집긴 쉽지 않을 듯JC파트너스는 이러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28일 매각 공고문을 내고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MG손해보험 재매각 작업을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도 낼 것으로 보인다.
JC파트너스가 사활을 걸고 소송전을 펼치는 이유는 예보가 빠른 매각 작업을 위해 원매자 측의 부담을 덜어주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허용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P&A는 우량 자산과 부채를 선택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이다. 인수자 입장에선 부실 자산이나 후순위채를 제외하고 인수할 수 있다.
P&A 방식이 허용되면 기존 대주주인 JC파트너스의 지분가치는 사실상 '0'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량 자산과 부채를 인수자 측에 넘기면 기존 법인은 껍데기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JC파트너스는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예보 주도의 매각 작업을 가로막을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C파트너스는 다음 달 7일까지 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다만 1심 판결로 판세가 어느 정도 기운 만큼 JC파트너스가 2심에서 판결을 뒤집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데도 JC파트너스가 몽니를 부리면 MG손보의 매각 작업은 또다시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MG손보의 빠른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예보는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박종관/박시온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