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인형인 줄 알았는데 몰카…위장 카메라 규제 어려운 이유는

입력 2023-08-31 10:55
수정 2023-08-31 11:24


방범용으로 팔고 있지만, 불법 촬영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위장 카메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자신이 운영하는 꽃집 화장실 화분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몰래 설치해 직원들의 신체를 촬영한 꽃집 사장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인천 부평구 꽃집 화장실 변기 옆 해바라기 조화 화분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여직원 등 6명을 100여차례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 골프 리조트 회장 아들은 여성 37명을 불법 촬영하다 적발돼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범행에는 탁상시계와 차 키 모양 카메라가 사용됐다.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상가에서 명함지갑형이나 볼펜형 등 여러 종류의 위장 카메라를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육안으로 탐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판매업자는 움직임이 있을 때만 알아서 찍고, 액자형 카메라의 경우 홍보 이미지와 다른 그림을 무작위로 넣어 발송할 거라, 절대 들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불법 촬영 범죄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5천 건 이상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워낙 다양한 제품에 카메라가 사용되다 보니, 규제 대상을 법으로 정하는 게 쉽지 않은 게 실정이다.



19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 3건이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도 2년째 계류 중이다.

초소형 카메라를 모두 규제 대상에 넣으면 신기술 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카메라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소형 카메라가 필요한 상황도 있기 때문에 카메라 자체를 규제할 순 없다"면서 "소형카메라는 출고 시 일련번호를 메기고, 구매 시 사용 목적을 확인, 최소한 인적 사항을 기록에 남겨 놓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승 연구위원은 "불법 촬영을 근절하고 국민의 알권리도 보장하기 위해 불법 촬영범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성폭력처벌법 25조에선 불법 촬영자의 신상 공개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고 부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