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절대평가인 공인회계사 선발 시험을 실제로는 상대평가처럼 운영하며 합격자 수를 통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표 인원을 맞추기 위해 채점 기준을 바꿔 수험생 점수를 조정하기도 했다. 당국이 제도 개선을 약속함에 따라 앞으로 회계사 합격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감사원이 30일 공개한 ‘공인회계사 선발 시험 감사 결과’를 보면 회계사 시험은 2007년 선발 예정 인원을 정해놓고 고득점자 순으로 합격자를 뽑는 상대평가에서 2차시험 과목별 60점 이상 득점자를 모두 합격시키는 절대평가로 바뀌었다. 다만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두고 이에 미달하는 인원은 상대평가로 추가 선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최소 선발 인원을 마치 선발 목표 인원인 것처럼 관리했다. 2020~2022년 최소 선발 인원은 1100명으로 동결했다. 같은 기간 실제 선발 인원은 1110~1237명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이날 발표된 올해 공인회계사시험 최종 합격자도 1100명이었다.
감사원은 2017년부터 주기적 지정제·표준감사시간제 등 일련의 회계개혁 조치로 회계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금융위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금융위는 올해 최소 선발 인원을 산정하면서 2019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한 연구용역을 참조했다. 당시 KDI는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영향으로 2017년 대비 2020년 감사시간(회계수요)이 19.3%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증가치는 이를 웃도는 25.9%였다.
수요 조사 역시 부실하게 이뤄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회계법인 40개사를 대상으로 신입 회계사 채용 계획을 조사했다. 4대 대형 법인(1125명)을 비롯한 회계법인의 채용 계획은 1372명이었다. 전체 등록 회계사의 3분의 1이 근무하는 일반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을 상대로 한 조사는 아예 없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2007년 절대평가가 도입됐음에도 지금까지 15년 이상 법규와 달리 업무를 해온 것”이라며 “공인회계사회 등 기득권과 유착이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현재 2차시험에서 부분 합격한 과목은 다음해 2차시험을 단 한 차례 면제해주는 부분 합격제도 역시 응시생에게 더욱 유리하게 바꿀 것을 권고했다.
금융위는 “일반 기업에 대해서도 채용 수요를 파악해 최소 선발 인원 결정 시 고려하겠다”며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금감원도 당장 올해 시험부터 인위적인 채점 기준 변경을 중단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