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에서 금융감독원이 지난 24일 발표한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검사를 두고 ‘단독 플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발표 내용이 수사 주체인 검찰과 사전 논의되지 않은 데다 다선 국회의원 연루 사실을 섣불리 알려 정치 문제로 비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30일 “금감원의 발표 내용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과 조율하거나 공유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남부지검은 올해 초부터 금융·증권 범죄 합동수사부를 중심으로 해당 운용사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 24일 발표한 추가 검사 결과도 남부지검이 떠안아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금감원은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라임자산운용이 2019년 10월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직전 일반투자자의 자금과 회사 고유자금을 동원해 일부 유력 투자자에게 돈을 빼줬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4선인 김상희 의원이 투자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라임펀드가 투자한 5개사에서 임직원 등이 총 2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처음 나왔다. 김 의원 연루 사실 역시 검찰 내부에서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우선 정치인 연루 사실을 공개하면서 정치적 논란만 커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통상 금감원에서 검찰에 혐의 사실을 통보할 땐 보안 유지를 위해 피의자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사정을 더 잘 아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어떤 생각으로 단독 행동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향후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피의자 입장에선 검찰이 어떤 혐의로 자신을 수사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며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등에 미리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금감원은 기관 간 대립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공식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발표가 사전 조율된 것이냐’는 질문에 “실무선에서 통상적인 수준의 협의와 정보공유가 이뤄져 왔고, 발표 내용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기관 간 ‘엇박자’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 한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 내부에선 이 원장에 대한 비판 분위기가 적지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 “아무리 ‘윤석열 사단’이라고 해도 검찰 수사하듯 금감원을 운영하면 안 된다”며 “수사엔 절차와 원칙이 있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