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수출 상품' 한우

입력 2023-08-30 17:51
수정 2023-08-31 00:35
한우가 수출 영토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지난 5월 이슬람 국가 중에선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수출된 데 이어 지난 29일엔 캄보디아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그간 홍콩 외엔 수출길을 열지 못한 한우였다.

수출 한우는 최상위 등급인 ‘원·투뿔(1+, 1++)’이 주력이다. 한우의 ‘포지션’은 지방 비율이 20~30%로 기름기가 적은 미국·호주산과 지방 비율이 80%에 이르는 일본 와규 사이에 있다. 갈빗살 기준 지방 비율은 40~50% 수준이다. 적절한 마블링이 고기에 고르게 분포해 씹는 맛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와규가 주도하는 고급 소고기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우리 축산업계의 목표이자 과제다. 연간 수출량이 8000t에 달하는 와규와 달리 한우 수출량은 지난해 기준 44t에 불과하다. 한우는 육향과 마블링을 조화하기 위해 값비싼 옥수수 사료를 먹이고, 생후 22~24개월이면 출하가 이뤄지는 미국·호주산과 달리 30개월 안팎까지 소를 키운다. 이런 이유로 한우는 비쌀 수밖에 없다.

세계 미식계의 한우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다. 홍콩의 저명한 미식 저널리스트 케이트 스프링어는 2021년 한우를 일본, 미국, 홍콩, 프랑스산 소고기와 비교 시식한 뒤 “느끼한 일본 와규처럼 마블링에 압도당하지 않으면서 미국 프라임 소고기의 살코기 풍미까지 전부 갖춘 완벽한 균형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선 한국식 고깃집(Korean BBQ)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식당은 한우는 아니지만, 목초가 아니라 옥수수 기반 사료를 먹이는 한국식 사육법으로 키운 미국산 소고기를 쓴다. 검역 문제로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진 않지만 ‘한우의 맛’은 이미 수출되고 있는 셈이다. 캄보디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1700달러에 불과한 저개발국이지만, 세계에서 와규를 가장 많이 수입(점유율 28%)하는 나라다. 대부분이 중국과 태국 등 주변국에 우회 수출하는 물량으로 일종의 축산물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검역 협상 완료 이후 8년 만에 수출이 성사된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에 탄력이 붙을 수 있도록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황정환 경제부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