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전국 4개 교정기관에 사형 집행 시설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장관은 지난주 전국 교정기관 가운데 사형 집행 시설을 갖춘 서울구치소와 부산구치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 등 네 곳에 대해 "사형 제도가 존속되고 있으니 시설 유지를 제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한 장관이 이같이 지시했다고 확인했다.
최근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등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사형제도는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는 경각심을 사회에 일깨우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사형 제도가 있지만 1997년 12월 이후 26년간 한 차례도 집행된 적 없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돼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사형제가 폐지됐다'는 잘못된 신호를 범죄자들에게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 24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60대가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으면서 재판부를 향해 손뼉을 치거나 검찰을 조롱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공판 도중 "검사 체면 한번 세워 주이소. 시원하게 사형 집행을 한 번 딱 내려 주고"라고 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됐다.
사형제에 대한 일반 여론은 집행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사형제 유지는 69%, 폐지는 23%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약 7명이 사형제 존치에 찬성한 셈이다.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는 현재 사형제 폐지에 대한 세 번째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한편, 한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사형제는 외교적 문제에서도 굉장히 강력해 집행하면 유럽연합(EU)과의 외교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법무부는 대안으로 무기징역과 사형의 중간단계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