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전략기술특별위원회가 29일 임무 중심 전략로드맵을 내놓은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모빌리티 등 3대 산업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다.
2차전지 부문에서는 중국이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한국이 주도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는 효율과 안전성 면에서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NCM계 폐배터리 한 개를 처리하는 데 약 4t의 폐수가 발생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등에 따른 제재를 언제 어떻게 받을지 모르는 형편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은 중국과 한국에서 2차전지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현존 배터리를 뛰어넘는 차세대 2차전지인 전고체 배터리를 2030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전략기술특위가 ㎏당 400Wh 용량인 반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디스플레이 역시 중국의 추격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9년 한국이 89.4%, 중국이 9.7%였다. 지난해 중국 점유율은 17.9%로 거의 두 배가 됐다. LCD(액정표시장치) 등 저가 디스플레이에 국한되던 중국의 경쟁력이 OLED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는 상황이 복합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1위를 수성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특위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아직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이 시장지배적 기업이 없는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또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신설 예정인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할 수 있게 외교적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선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도심항공교통(UAM) 인증 등 기술표준 싸움이 반도체 특허 전쟁과 같은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특위 관계자는 “기체 100대 이상을 동시에 띄울 수 있는 중밀도 항행체계와 도심 버티포트를 구축하는 것이 상용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