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해당 커뮤니티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내년에 한인타운을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지에 대한 전시회를 열려고 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건축사사무소 겸 디벨로퍼 앤드모어 파트너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모상덕 대표(왼쪽)와 강형석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앤드모어파트너스는 미 서던캘리포니아 건축연구소(SCI-Arc·사이아크) 동문 사이인 모 대표와 강 대표가 의기투합해 2015년에 만든 회사다.
한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역에서 꽤나 유명하다. 작년엔 미 서부지역주택건축컨퍼런스(PCBC)에서 주관하는 ‘골드너겟 어워드’를 2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앤드모어 파트너스가 직접 개발을 맡아 지은 임대주택이 지난해 LA에서 최고가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LA에선 보통 전체 임대료의 17~18배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되는데, 해당 주택은 21배에 매매됐다.
수요자 특성에 맞게 맞춤형 디자인·설계를 선보인 게 비결이다. 강 대표는 “수요층이 정보기술(IT) 개발자인지 영화산업 종사자인지, 한인타운의 젊은 학생인지 등에 따라 컨셉트를 각기 달리해서 디자인을 한다”며 “같은 건물 안에서도 가구마다 평면이 다 다를 정도로 다양한 코디네이션을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로비와 조경, 출입구 디자인, 계단 등 내부 동선, 거리에서 바라볼 때 건물의 느낌, 석양과 건물 외관의 조화 등 디테일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 회사가 공급하는 주택들은 입주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앤드모어 파트너스는 지금까지 50여개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현재 20여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건축가가 개발까지 직접 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초기에 어려움도 겪었다. 처음 개발을 할 때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금융기관 대출을 받기 쉽지 않았고, 공사업체 사정으로 공사가 6개월 이상 늦춰져 손실을 보기도 했다. 모 대표는 “지금은 1년에 공사비 대출을 세곳한테만 내줄 정도로 깐깐하게 심사를 하는 은행과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및 직원들과 신뢰를 가장 중시한다는 철학을 지키고 있는 것도 이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모 대표는 “자금 사정이 안 좋을 때 직원들보다 저희 월급을 제일 먼저 깎고, 올릴 땐 제일 마지막으로 올린다”며 “자금 손실이 생겼을 때도 고객들한테 바로 청구하기보다는 저희가 추가 자금을 넣는 등 고객들과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도건설과 우미건설 등 국내 건설사도 미국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두 대표는 LA의 주택시장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서울의 자가보유율이 44% 정도인데 LA는 30%대 후반 정도에 불과해, 주택 공급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대표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한인 사업가로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데도 관심이 많다. 두 사람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재미동포들이 집중 거주하고 있는 LA 코리아타운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밑그림을 제시하기로 한 이유다. 앤드모어 파트너스의 사무실이 LA 코리아타운 안에 있기도 하다.
강 대표는 “한인타운 내 각 거리들에 대한 분석과 각 구역을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지에 대한 리서치는 어느 정도 끝냈다”며 “창립 10주년을 맞는 내년에 지역사회의 미래를 위해 한인타운을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지에 관한 전시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 대표도 “후세대를 위해 좋은 선례를 남기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했으며 미 오리건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사이아크에 다니며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됐다. GMPA와 AC마틴 등 캘리포니아 지역의 유명 건축설계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앤드모어 파트너스를 창업했다. 모 대표는 건국대 대학원과 사이아크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GMPA, 저드 파트너십 등에서 커리어를 쌓다가 앤드모어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