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룹 소녀시대 멤버보다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 익숙하다. 특히 최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남남'에서 최수영은 똑 부러지는 딸 김진희를 연기하며 "인생 캐릭터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1%대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플랫폼 기준)로 시작해 최종회 시청률 5.53%로 마무리된 '남남'은 귀여운 엄마와 현실적인 딸의 티격태격 활약이 입소문을 타면서 사랑받았던 작품이다. 최수영은 "저희 엄마도 보면서 '내가 은미(전혜진 분) 같니?'라고 연락이 올 정도로 제 모습이 많이 담긴 캐릭터였다"면서 김진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너무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어딜 가도 '잘 보고 있다'는 말을 듣는 게 좋더라고요. 열심히 한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고, 좋은 피드백을 받고, 공감과 위로를 준 것 같아 후련하고 기분이 좋아요."
'남남'은 지난해 촬영을 시작해 올해 3월 종료됐다. 방송일인 7월까지 4개월의 기간이 있었던 셈이다. 촬영을 마친 후 여행을 다니며 "진희와 헤어지는 시간을 보냈다"는 최수영은 "방송이 시작된 후 다시 그때가 떠오르고, 마지막 회를 볼 땐 20분 전부터 눈물이 계속 나서 전혜진 선배님과 문자 보내면서 울고, (이민우) 감독님과 전화하면서 울고, 다음날 시청률 보면서 울고, 그런 감정의 연속이었다"며 "이젠 진짜 보내주겠다"고 자신에게 다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진희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돼 철이 없는 은미의 보호자이자 집사이자 남편이자 애인 역할까지 하는 인물. 할 말은 하고, 정의를 위해 거침없이 행동한다. 그 때문에 오해도 받고,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솔직한 매력으로 이를 해결한다. 소녀시대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거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최수영의 모습을 봤다면 이런 진희와 그의 모습이 싱크로율 100%에 가깝다고 느낄 수 있다. 최수영 역시 "제가 가장 자신 있는 역할이었다"면서 "제가 집에서 엄마에게 하는 모습들을 많이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제가 '런온' 전에 이렇게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이후에 '차도녀' 이미지가 생겨서인지 비슷한 인물들만 제안받았다"며 "배우라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고, 다양한 작품을 해야 하는데, '남남' 진희를 제안받았을 때 가족 드라마, 일상 연기에 목이 마른 상태라 너무 좋았다"고 캐스팅 후일담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진희를 해서 한동안 또 부자 역할이 안 들어 올 수도 있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최수영이 '남남' 출연을 결심한 또 다른 배경에는 엄마 은미 역을 맡은 배우 전혜진이 있다. 이전부터 "전혜진 배우의 팬"이라고 밝혀왔던 최수영은 "평소 좋아했던 배우가 연기하는 걸 옆에서 보는 게 너무 좋고, 신나고, 설렜다"며 "막상 보면 안 좋을 수도 있는데, (전혜진) 언니는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인생의 고민을 나눈다. 소중한 언니이자 친구"라고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동시에 드러냈다.
"언니는 연기에 답을 내리지 않아요. 다양한 해석을 폭넓게 받아들이고, 어떤 변화에도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세요. 그래서 선배지만, 리허설할 때 저도 편하게 '이렇게 저렇게 해봐요'라고 얘기할 수 있었어요. 권위 의식, 이런 게 전혀 없어요. 진희와 은미의 장면은 '쿵 하면 짝'해야 했기에 리딩도 많이 해야 할 것 같고, 더 빨리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죠. 호흡도 너무 잘 맞고, 무엇보다 언니가 안경을 쓰고 저에게 걸어 나오는데, 웹툰에서 나온 줄 알았어요. 연기할 땐 엄마가 제 앞에 있는 것 같고요."
'남남'은 초반 19금 장면들이 여럿 등장해 화제가 됐다. 엄마 은미의 자위행위를 목격한 딸 진희가 충격을 받는 장면이 공개됐을 당시, 시청자들도 함께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최수영은 "원작의 수위는 더 높기도 했고, 은미와 진희의 관계를 보여줄 좋은 장면이라 생각해 아무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남' 원작을 다 봤다"는 최수영에게 "평소에도 웹툰을 즐겨보냐?"고 묻자 "'남남'을 준비하며 보게 된 것"이라며 "휴대전화도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면서 웃었다.
"쉴 땐 집에서 요리하고, 드라마 보고, 여행 다니고, 아무것도 안 하는 데 더 아무것도 안 하려 해요. 휴대전화로 뭘 보는 것도 안 해요. 작은 화면으로 뭘 들여다보는 게 힘들더라고요."
최수영은 이런 평화가 독립을 하면서 이뤄졌다고 고백했다. 이전에는 진희처럼 가족들의 일에 깊이 관여하고, 걱정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발생했다면 "독립하면서 서로의 삶에 깊게 관여하지 않게 됐다"는 것. 그 때문에 최수영은 '남남'의 엔딩에 대해서도 "너무 좋고, 공감한다"고 말했다.
"진희는 자기 손에 모든 걸 쥐고, 해결하려고 해요. 엄마도 엄마만의 규칙과 생활이 있는데, 그걸 못마땅해하고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좋아'라며 하면서 강요하고, 단속하죠. '남남'은 결국 진희와 은미가 서로를 놔 주면서 끝났는데, 저는 그걸 4~5년 전에 깨달았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독립하면서 더욱 돈독해졌죠."
진희와 경찰대학 선배 은재원(박성훈 분)과의 로맨스도 '남남'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였다. 최수영이 "많은 분이 응원해주시고, 좋아해 주셨는데 분량이 많지 않아 아쉽다"고 전해 '10년 연인' 배우 정경호의 반응을 걱정하자 "그런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한 선배들도 로맨스 연기를 잘만 하지 않냐"면서 "서로의 일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공개 연애를 하면서도 요란스럽지 않다. 팬들도 최수영의 연애를 응원하는 이유다. 최수영은 그동안 항상 그런 모습을 보여왔다. 2002년 12세의 나이에 일본에서 먼저 데뷔했고, 2007년 소녀시대 멤버가 됐다. 연예인으로 살아온 날들이 더 길지만, 큰 논란이나 사건 없이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최수영이다. 그에게 오래, 모범적인 활동을 이어오는 비법을 물었다.
"저는 겁이 많아요. 문제가 될 행동 자체를 하지 않죠. 무엇보다 제가 소녀시대라서 그런 거 같아요. 큰 사랑을 받기도 했고, 제가 큰 사고를 칠 때 멤버들에게도 피해가 똑같이 온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똑바로 차려져요. 저 혼자 감당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