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에 대해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섰다.
28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가보훈부는 시정명령과 헌법소원 등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원 조성을 막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관련 조사를 하고 있다. 행안부는 조사 결과 지자체 업무에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감사에 착수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처는 지방교부세 등을 관할하는 만큼 광주시 예산 자료와 부적절하게 사용된 부분이 있는지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 부처들의 대응은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정율성 역사공원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관련된 모든 부처가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 보고에서도 “이것(역사공원)이 사회 통합과 관용에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되면 자유민주주의 사회 연대와 통합의 기반이 무너진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율성은 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한 음악가다. 광주시는 지역 출신인 정율성을 기념해 예산 48억원을 들여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관련 논란에 대해 강기정 광주시장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정율성 기념사업은 중앙정부에서 먼저 시작했다”며 “한·중 관계가 좋을 때 장려하던 사업을 그 관계가 달라졌다고 백안시하는 것은 행정의 연속성과 업무수행 기준을 혼란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념공원 사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율성 논란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충돌로 비화될 전망이다. 당장 보훈부는 지방자치법 184·188조에 근거한 시정명령을 검토 중이다. 지방자치법 188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해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주무장관이 서면으로 시정할 것을 명하고 이행되지 아니하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날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전남 순천역을 찾아 “대한민국의 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보훈부 장관으로서 있을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사업 철회에 장관직까지 걸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김동현/도병욱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