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5년 만에 총파업 위기에 놓인 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이 없는 미국 사업장에서도 노동단체의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자동차노조(UAW)를 필두로 미국 대형 노동·시민단체들이 현대차가 현지에 새로 짓고 있는 전기차 공장에 적용할 협약 체결을 요구하면서다. 국내에선 현대차 노조가 임금·단체협약 교섭 실패 후 파업권을 확보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자동차산업 노조인 UAW와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등 복수의 대형 노조는 조지아·앨라배마주의 환경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현대차 미국법인에 서한을 보냈다. 현대차가 이 지역에 짓고 있는 전기차 공장에서 일할 직원들의 복지와 안전, 지역 환경 보호 등을 위해 일종의 단체협약을 맺자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UAW는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전통 자동차 업체 3사가 핵심 조합원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외국계 완성차 업체와 테슬라, 리비안 같은 신생 전기차 업체 직원들은 UAW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UAW가 이번에 현대차에 협약 체결 요구를 해온 것은 UAW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전기차 시대로 갈수록 내연기관차 공장 중심의 UAW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다. UAW는 현대차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다른 외국계 업체에도 협약 체결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UAW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오하이오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노조를 포섭하고 단체협약 협상을 주도한 것도 이런 ‘세력 확장’의 일환이다. UAW는 지난 24일 이 공장 근로자의 임금을 25% 인상하기로 회사 측과 잠정 합의했다.
국내에선 25일 압도적 찬성률(88.9%)로 파업 준비에 들어간 현대차 노조가 파업권을 획득했다. 이날 중앙노동위원회는 올해 현대차 교섭에서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다만 회사가 노조에 교섭 재개를 요청한 만큼 곧바로 파업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