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특혜' 없앤다…원전·LNG와 '가격 경쟁' 제주부터

입력 2023-08-28 16:22
수정 2023-09-17 21:31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만든 전기를 우선적으로 무조건 구매해주던 제도를 고쳐 원전,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른 발전원들과 가격으로 경쟁하도록 한다.

그동안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다른 발전원보다 먼저, 그것도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줬지만 이를 바꿔 재생에너지에도 시장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2월부터 제주 지역에서 이를 시범운영한 뒤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보급’ 명분…특혜 받았던 재생E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2월 제주도에서부터 1㎿를 초과하는 재생에너지의 경우 다른 발전기와 같이 전력시장 입찰에 참여해 가격 경쟁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안’이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달 29일부터 6개월 간 공고 후 시행될 예정이다.

가장 큰 변화는 재생에너지에 시장원리·가격경쟁 원칙을 도입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시작된 후 지난 10여 년 간 정부 정책은 재생에너지에 사실상 특혜를 주는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원전이나 석탄, LNG 발전기들은 정부와 사업자 간 전력 도매시장 내에서 가격입찰을 통해 구매 여부가 결정되지만 재생에너지는 예외였다. 전력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모든 발전원보다 우선적으로 무조건 구매됐다.

그렇게 구매되는 재생에너지의 가격 또한 사실상 다른 발전원에 비해 높았다.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들지 않는데도 다른 연료 발전원들이 받는 전력도매단가(일반적으로 가장 원가가 높은 LNG 발전 구매단가로 결정)를 적용 받았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도 별도로 받았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혹은 RE100 등 충족을 위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사들인 후 받는 일종의 쿠폰이다.

○재생E에도 시장·가격원리 도입
이번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으로 이 같은 재생에너지 구매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먼저 시장 밖에서 우선 구매되던 혜택이 사라진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도 일반 발전기와 같이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낙찰된다는 뜻이다. 가격을 높게 써낸 재생에너지는 입찰에서 탈락해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

이는 무조건 연료비가 있는 발전기의 발전단가로 결정되던 SMP를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직접 써낸 가격이 반영되는 구조로 바꾸는 효과도 있다. 연료비에 따른 원가가 막대한 LNG 발전가격을 그대로 연료비가 전무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의 SMP로 적용되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어차피 연료비 원가가 들지 않는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가격을 높게 불러 낙찰받지 못하느니 차라리 가격을 낮춰 마진을 얻고 REC 판매 수익도 얻으려고 할 것”이라며 “이는 전체 전력 도매시장의 가격 경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기가 남아돌 때 시행하는 출력제어(전력 과잉생산이 전망될 때 강제로 발전기를 멈추는 조치) 순서도 입찰가격이 높은 순으로 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어떤 발전기를 출력제어할지에 대한 원칙이 없어 정부-사업자 간, 사업자-사업자 간 갈등이 적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지금 시장원리나 가격경쟁 기능, 원가에 따른 가격산정 원칙을 도입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가 더 많이 보급됐을 때 혼란이 올 수 있다”며 “먼저 시작하는 제주도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