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에 음성 인식, 문장 분석 등 각종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AI 컨택센터(AICC)’ 시장이 열리고 있다. 대규모 고객센터 운영 경험 및 유무선 통신망을 보유한 통신사들과 맞춤형 시스템 구축 능력을 갖춘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들이 사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비대면 서비스 수요 증가에 따라 기업들은 전화로 고객을 관리하는 콜센터에서 이메일, SNS 등 채널을 다양화한 컨택센터로 발전시켰다. 이어 AI 기술을 적용해 상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AICC는 통상 AI와 상담원이 상담 업무를 나눠 맡는 식으로 운영된다. 단순 예약 및 안내, 고장 접수 업무 등은 챗봇·콜봇과 같은 AI가 처리한다. 전화 연결이 어려운 피크타임과 휴무일에도 AI가 응대해 대기 시간을 최소화한다. 상담원은 AI가 대응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담에 집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도 AI가 고객의 질문을 분석해 적합한 답변을 상담사에게 제시하거나 상담 내용을 기록·요약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AICC 사업을 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업무 효율성이 올라가고 서비스 만족도도 높아 다수 기업이 AICC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CC 비용이 저렴해진 것도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시스템 구축 없이 매달 쓴 만큼만 요금을 내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AICC가 제공되면서 대기업, 금융회사는 물론 중소기업, 소상공인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IT 기업도 AICC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 아마존, 어바이어, 제네시스, 보니지 등이 이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세계 AICC 시장 규모가 매년 25% 증가해 2025년 361억달러(약 46조879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 AICC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벌이는 기업은 KT다. 2017년부터 관련 사업을 시작했고 2021년에는 사내 AICC팀을 KT엔터프라이즈 정식 사업부로 승격시켰다. 작년 말엔 기존 AICC 서비스를 통합해 ‘에이센’이란 브랜드를 출범했다. 에이센 클라우드는 통신 인프라와 상담 앱, AI 솔루션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SaaS 서비스다. 올해 수주한 AICC 사업 규모가 3000억원 이상으로 작년(785억원)보다 네 배가량으로 늘었다. 지난해 687억원이던 관련 매출을 2027년 5000억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SK텔레콤은 최근 국내 AICC 개발사 페르소나AI에 주요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3대 주주 지위를 획득하면서 AICC 사업 확대에 나섰다. SK텔레콤의 ‘누구’에 적용된 음성인식(STT)·합성(TTS) 기술과 페르소나AI의 자연어 처리 및 생성 기술을 결합한 콜봇·챗봇 상품을 개발하고 AICC 공동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페르소나AI는 구독형 AICC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기술력과 상품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SK텔레콤은 AICC 솔루션 판매를 넘어 컨설팅, 인프라 구축, 유지보수 서비스, 아웃소싱 등까지 담당하는 종합 AICC 사업자의 지위를 노리고 있다. 음성 AI 기술을 활용해 음성인식 키오스크, 음성인식 로봇 등 다양한 영역의 신규 서비스도 개발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LG그룹 계열사들과 손잡고 AICC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익시’를 활용한 서비스는 물론 LG AI 연구원이 만든 초거대 AI ‘엑사원’을 활용한 AICC 기능 고도화도 진행 중이다. 고객 규모에 따라 대형 고객 대상 구축형 AICC 상품과 중소 고객 대상 클라우드 고객센터를 제공하고 있다. 소상공인 대상 고객센터 역할이 가능한 AI 콜봇도 올해 출시한다. 지난 4월 우리카드에 AI 음성봇 기반 디지털 상담 채널을 구축하며, 금융권 AI 고객센터 시장에도 진출했다.
카카오의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 전문 기업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4월 클라우드 기반 AICC 플랫폼을 내놨다. 별도 서버와 장비를 구축할 필요 없이 월 단위 구독 서비스를 통해 AICC를 이용할 수 있다. 상담사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일 수 있는 대화형 전화 음성봇과 신속하고 효율적인 상담 처리 및 관리를 지원하는 AI 상담 어시스턴스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