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지청천·이회영·이범석·김좌진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 철거·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여권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정치권에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7일 “국권을 잃고 풍찬노숙했던 영웅들의 흉상이 대한민국에서도 이리저리 떠돌아야겠느냐”며 “부디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6·25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그 전쟁에 가담했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그런 문제가 이제 와서 논란이 되냐”며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활동 등을 재차 문제 삼으며 흉상 이전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26일 기자단 공지를 통해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의 침략에 대비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장교 육성이라는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특히 생도 교육의 상징적인 건물의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흉상 이전 논란은 육사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마련한 종합발전계획의 일환으로 흉상을 독립기념관 등 외부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국군의 뿌리가 광복군임을 알리기 위해 육사 중앙현관 앞에 흉상이 설치된 지 5년 만이다.
군은 대신 윤석열 정부 들어 친일 경력이 삭제된 백선엽 장군의 흉상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독립 영웅들에게도 공산주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