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2022회계연도 결산 심사에 들어간다. 지난 한 해 국회 승인대로 정부가 나랏돈을 제대로 썼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쓰지 않고 남은 예산은 얼마고 남은 이유는 무엇인지, 이듬해에 쓰려고 이월한 예산은 얼마인지 등을 따지게 된다. 결산 심사는 오는 11월부터 본격화할 내년도 예산 편성 협상의 근간이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집안 살림을 하려면 얼마 벌었는지 못지않게 어떻게 썼는지가 중요하다. 나라 살림 역시 예산 편성만큼이나 결산 심사도 중요하다. 하지만 앞서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진행된 결산 심사가 얼마나 꼼꼼하게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 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위원회의 결산 논의만 봐도 그렇다. 기재위는 지난 23일 단 한 차례 소위원회를 열어 결산 심사를 끝내버렸다. 오전 10시께 시작해 8시간가량 진행했음에도 “결산 심사를 이렇게 오래 하긴 처음이다”는 불만 섞인 얘기가 의원들 사이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내용도 부실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국회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은 26명이다. 이 가운데 심사 의견을 낸 의원은 3분의 1이 안 되는 8명에 불과하다. 기재위 위원 대부분이 공식적인 결산 심사 의견조차 제출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선미·한병도 의원 정도가 그나마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을 뿐 여야 가릴 것 없이 결산 심사는 철저히 무관심 대상이 됐다.
국회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표에 도움 되는 지역 예산 따내기에 혈안이 됐을 뿐 정작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에는 관심이 없다”며 혀를 찼다. 국회의 기본적인 역할이 예산·결산·법안 심사인데, 이 중 하나인 결산 심사에 관심을 두지 않는 정치권의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무엇보다 세수 위축으로 재정 운영이 빠듯한 현 상황에서 이 같은 무관심은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평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긴축 재정을 주장하며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예산을 아껴 쓰려면 앞서 씀씀이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기재위 위원 중 결산 심사 의견을 낸 위원은 4명(주호영·류성걸·김상훈·배준영)에 불과하다.
민주당도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서만 이슈몰이를 할 뿐 세심한 관심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선 정부·여당 견제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
내년도 예산 편성을 논의하는 올 연말에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정부·여당은 ‘아껴 쓰자’며, 야당은 ‘더 쓰자’며 벼르고 있다. 이런 주장을 펴려면 최소한 작년 씀씀이가 어땠는지는 꼼꼼히 따져봤어야 한다. 감독은 소홀하면서 ‘생색내기’용 돈 쓰기에만 고심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의원들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