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화장을 더 ‘빡세게(진하게)’ 했습니다. 강하게 보이려고요.”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4일 생성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본격적인 질문을 받기 전 ‘아이스 브레이킹’ 차원의 인사말이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최 대표는 “자신감 갖고 임했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궁금하다”고 말을 이었다.
○"준비 완료…혁신 이끌 자신 있다"네이버는 이날 자체 개발한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오픈AI ‘GPT’, 구글 ‘팜2’, 메타 ‘라마’ 등 해외 빅테크가 이끄는 시장에서 ‘토종 AI’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2021년 5월 선보인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한 생성 AI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아는 토종 AI라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네이버가 보유한 50년치 뉴스와 9년치 블로그 데이터를 학습했다. 한국의 제도는 물론 문화적 맥락까지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 대표는 “지난 5년간 AI 분야에 1조원 이상 투자했고, 이제 생성 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을 준비를 마쳤다”며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기반으로 한 신규 서비스로 혁신을 이끌 자신이 있다”고 했다.
네이버가 준비하고 있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 서비스는 크게 13종이다. 투자제안서나 자기소개서를 손쉽게 작성할 수 있는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가 대표 서비스다.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창작, 요약, 추론, 번역, 코딩 등 다양한 결과물을 제공한다. 연속적인 질문과 답변도 소화할 수 있다.
클로바X는 전날 오후 4시부터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의 정보를 검색해 최신 정보를 기반으로 한 답을 내놓는다. 관심은 뜨거웠다. 베타서비스 시작 직후 이용자가 대거 몰려 일시적으로 접속장애가 발생했다. 이용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한동안 주춤했던 주가도 올랐다. 이날 네이버 주가는 22만90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6.26% 상승했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시장 기대와 주목을 끌어내는 데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25일 오전 11시 기준 주가는 21만4000원으로 전날보다 6.55% 하락했다. ‘반짝 관심’을 얻는 데 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목표주가 31만원…기세 이어갈지 관심25일 주요 증권사에선 하이퍼클로바X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목표주가를 기존 28만원에서 31만원으로 올렸다. 오 연구원은 “생성 AI 관련 기술과 서비스의 가시화는 기업 평가가치 상승 요인”이라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네이버의 온·오프라인 커머스 생태계 강화가 매출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고, B2B(기업간거래) IT 솔루션 시장 진출 역시 신규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표주가는 유지하면서도 하이퍼클로바X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석도 많았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성 AI와 관련된 수익 창출 방안과 검색, 쇼핑 등 기존의 서비스 성능을 어떻게 향상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비교적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모든 서비스가 한 단계 높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네이버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생성 AI 시장에서 계속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구글은 올가을 새로운 초거대 AI ‘제미니’를 출시한다. 메타도 이르면 이달 컴퓨터 프로그래밍 AI ‘코드 라마’를 내놓는다.
최 대표는 “구글, 아마존, 메타와 1 대 1로 비교하면 체급은 정말 작지만 확실한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B2B(기업 간 거래),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올라운드 생성 AI’ 서비스와 상품을 준비한 회사는 세계에서 네이버가 유일하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S&P글로벌마켓 인텔리전트는 생성 AI 시장이 올해 37억360만달러에서 2028년 363억5810만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