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역대 최악의 피해를 일으킨 올해 캐나다 산불과 같은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이 적어도 두배 정도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캐나다와 영국, 네덜란드 연구팀은 지난 5월과 6월 사이 캐나다 퀘벡 산불과 산불을 야기한 조건들에 대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온과 풍속, 습도, 강수량을 통해 산불위험을 측정하는 화재기상지수(FWI)를 통해 지난 5월과 7월 사이 퀘벡의 산불 발생 가능성이 20%나 높아진 상태였던 것을 확인했다"면서 "화재에 취약한 날씨도 적어도 20%나 더 격렬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모두가 기후 위기가 불러온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기후변화 자체가 거대한 산불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목을 건조하게 함으로써 불이 쉽게 붙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올해 초여름 퀘벡은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지난 5월과 6월 캐나다의 전국기온이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여기에 낮은 습도와 눈에 덮인 땅의 면적 감소가 겹치면서 산불이 캐나다 전역으로 급속하게 확산했다"고 부연했다.
필립 개숑 퀘벡대학교 교수는 "지난 5월 퀘벡 동부를 중심으로 쌓여있던 눈이 급속하게 녹아버렸다"면서 "눈이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어 앞으로는 매년 캐나다의 산불 피해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기후학자인 프리데리케 오토 박사도 기온상승이 캐나다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부싯깃 통과 같은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지 않으면 산불은 계속 증가할 것이며 더 오랜 시간 더 넓은 지역을 태워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팀은 특히, 올봄 캐나다에서 화재에 취약한 기상 조건이 전례 없는 수준이었지만 기온상승이 계속되면 이런 현상이 더는 예상할 수 없는 일이 아닌 일상적인 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 천연자원부 소속으로 세계기상기여조직(WWA)에 참여하고 있는 얀 불란제 연구원은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산불 피해 면적이 두배로 늘어났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올해 캐나다 산불의 심각성은 '전례 없는'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산불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들의 발화성을 대폭 증가시켰다"면서 "이는 단 한 번의 불꽃만으로 거대한 산불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캐나다 산불은 그리스 면적보다 넓은 1400만헥타르에 피해를 주면서 캐나다 역사상 최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