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만들어낸 문장을 잡아내는 AI가 등장했다. AI 스타트업 무하유가 개발한 ‘GPT킬러’는 문장 속 단어와 어순 관계를 추적해 맥락과 의미를 학습하는 AI 모델인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한다. AI가 문단 단위로 문서를 쪼갠 뒤 챗GPT 작성 확률을 분석한다.
이 솔루션을 개발한 무하유는 ‘카피킬러’로 잘 알려진 회사다. 2011년 세상에 나온 카피킬러는 AI 기반 논문 표절 검사 서비스다. 100억 건의 자체 데이터베이스와 논문을 비교해 표절이 의심되는 부분을 찾아준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국내 4년제 대학 열 곳 중 아홉 곳에 공급하고 있다.
신동호 무하유 대표(사진)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GPT킬러는 표절 등 생성형 AI 확산으로 생겨날 수 있는 부작용을 막는 모델”이라며 “기존 카피킬러에 이 기능을 추가해 서비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자신의 성격을 창업가와는 먼 스타일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창업은 꿈도 꾸지 않았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것은 있었다. 컴퓨터였다. 충남 당진 출신인 그는 농사짓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나중에 ‘면서기’라도 하려면 주산과 한자를 배우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주산은 컴퓨터가 됐고 한자는 ‘언어’가 됐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그는 공대생이었음에도 문과 과목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철학과 심리학이 좋았다.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에선 인지과학을 배웠다. 신 대표는 “인공지능이란 분야를 놓고 보면 사람들은 ‘인공’이라는 테크닉에만 관심이 있지, ‘지능’에는 별 흥미가 없는 것 같았다”며 “사실 지능을 구현해내는 게 핵심인데 자연 지능은 철학과 언어학, 심리학 같은 인문학적 소양에서 온다”고 했다. 이어 “내가 관심 있었던 컴퓨터와 인문학, 이 두 가지가 시너지를 낼 분야가 AI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대학원을 마치고 SI(시스템 통합) 업체에 취직했다. 포털 ‘엠파스’의 검색 엔진을 만드는 일을 했고, G마켓 전신 ‘구스닥’의 검색 솔루션 구축 업무도 도왔다. 신 대표는 “SI 업체의 특성상 항상 그들을 위해 서비스를 만들어주는 일을 했는데, ‘나만의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창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논문 시장에 집중하던 무하유는 몇 년 전부터 채용시장 공략에 공들이고 있다. 회사는 서류평가 자동화 솔루션 ‘프리즘’을 내놨다. 기업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을 자동화해주는 방식이다. AI가 자동 마스킹(숨김) 처리를 해주고, 다른 문서를 베끼지 않았는지 판별해준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자기소개서의 점수도 매겨준다.
무하유는 설립 이후 한 차례도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다. 신 대표는 최근 마음을 바꿔 스케일업하기로 결정하고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단계에 나섰다. 다음달 라운드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2~3년 안에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