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국에 상륙한 수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감자튀김용 감자를 국산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대다수 외식업계 관계자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감자튀김용 감자로는 대개 미국 아이다호주가 주산지인 러셋감자를 쓰기 때문이다.
파이브가이즈가 국산 감자를 낙점한 건 단순히 ‘지역 살리기’ 차원이 아니다. 이상기후와 글로벌 물류 불안이 만성화해 재료의 원활한 수급이 1순위 과제로 떠오른 게 더 컸다.
다른 외식업체들도 우수 공급처를 찾기 위해 산지 발굴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한국맥도날드가 경남 창녕 마늘, 전남 진도 대파 등을 사용해 2021년부터 선보인 버거 3종은 올해에만 250만 개가 팔렸다. SPC는 10년 넘게 대관령 딸기 농가와 거래하고 있다.○국산 재료 쓰는 햄버거 회사23일 파이브가이즈 운영사 에프지코리아에 따르면 파이브가이즈는 수입 냉동 감자가 아니라 갓 수확한 국산 감자를 조리하고 있다. 6월 1호점(강남점) 오픈 초기에는 전남 보성에서, 이달부터는 강원지역 300여 곳의 농가에서 감자를 공급받기 시작했다.
파이브가이즈 관계자는 “러셋감자와 동일한 품질과 맛을 갖춘 국산 감자를 찾기 위해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과 실무진이 론칭 1년 전부터 전국 산지를 찾아다녔다”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 3회 이상 새 감자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맥도날드는 닭고기, 돼지고기, 양상추, 토마토, 계란 등 주요 식자재 상당량을 국내에서 공급받는다. 매년 1만7000t의 국내산 재료를 활용하는 ‘로컬소싱’ 선도업체다. 창녕 마늘, 진도 대파 등 국산 재료를 사용한 한정 메뉴를 2021년부터 매년 출시해 히트시켰다.○공급 불안에 대응
과거 식자재 유통회사로부터 재료를 공급받던 외식업체들이 직접 산지를 찾아 나서게 된 건 최근 몇 년 새 식자재 공급 불안이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글로벌 물류 대란과 이상기후로 햄버거에 토마토가 빠지거나 버거 세트 메뉴에 감자튀김을 넣지 못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계절성이 뚜렷한 과일은 이런 형태의 직거래가 오래전 자리 잡았다. 파리바게뜨는 1년 내내 딸기 케이크를 선보인다. 기온이 올라 딸기가 잘 나지 않는 6~11월 공급이 불안해지는 것에 대비해 대관령의 딸기 농장과 2010년대 중반부터 거래하기 시작했다. SPC삼립의 식자재 공급 계열사인 SPC GFS의 딸기 직거래 금액은 2018년 82억원에서 지난해 117억원으로 42.6% 증가했다.
지역색을 띤 재료는 마케팅 효과가 크다는 장점도 있다. 메뉴에 스토리가 입혀져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쉬워진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CJ푸드빌은 5월 전라남도와 협약을 맺고 6월부터 ‘빕스’ ‘더플레이스’ 등의 매장에서 전남 완도산 전복을 사용한 메뉴를 대대적으로 선보였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지역 특산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고 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