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펄어비스가 공개한 신작 예고 영상이 독(毒)이 됐다. 신작 출시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 악재로 부각되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14% 급락했다.
지난 22일 펄어비스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쇼인 ‘게임스컴 2023’에서 개발 중인 모험 액션 게임 ‘붉은사막’의 3분 분량 플레이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브에도 송출된 이 영상은 공개 13시간 만에 조회수 100만 회, 댓글 2000개를 넘겼다. 펄어비스는 자체 개발한 물리엔진을 이 게임에 적용해 중세풍의 판타지 세계를 구현했다. 주인공이 말을 탄 채 활을 쏘는 모습, 발 구름에 일렁이는 수면 그래픽은 시청자 호평을 받았다.
게이머와 투자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펄어비스 주가는 23일 전 거래일 대비 14.26% 내린 4만6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1일 주가가 장중 6만원에 다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과는 딴판이다. 이날 키움증권이 붉은사막에 대해 호평하며 목표주가를 8만원에서 9만3000원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주가 하락의 불씨가 된 건 ‘신작 출시 일정을 알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었다. 펄어비스는 이번 게임쇼에서 신작 출시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2021년 만화풍 그래픽으로 메타버스 세계를 탐험하는 게임인 ‘도깨비’의 플레이 영상을 선보여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후 별다른 개발 소식을 공개하지 않았던 전례가 투자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게임사는 2014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을 출시하며 대형 게임사 반열에 오른 뒤 이렇다 할 새 지식재산권(IP) 게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