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인 K씨는 최근 조합의 부당한 업무 처리로 인해 펜트하우스에 대한 조합원 분양 신청에서 떨어졌다. 재건축 단지 내에서 가장 선호되는 동과 로열층 아파트를 소유했던 K씨의 사례를 통해 기존 주택에 대한 감정평가 원칙과 법적 대응 방법을 살펴본다.
A재건축 조합은 펜트하우스 2채를 조합원에게 분양할 계획이었다. K씨 외에도 두 명의 조합원이 펜트하우스 분양을 신청했다. 조합은 신청 조합원의 아파트 면적이 같기 때문에 종전자산평가금액이 동일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했다. K씨는 동일 면적이라도 동·호수가 다른 만큼 아파트 가치가 다르다며 즉시 이의를 제기했지만, 추첨 결과 로열층 아파트를 소유한 K씨는 떨어지고 말았다.
K씨는 다시 한번 A재건축 조합에 이의를 제기했다. 아파트 가치 산정 때 동의 위치와 층을 비롯한 다양한 요인이 반영돼야 하고, 실제 자신이 해당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를 매수할 때도 다른 동·호수의 아파트보다 비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합은 종전자산평가 결과가 모두 동일하다며 K씨의 이의를 묵살했다.
K씨와 비슷한 소송 사례가 있다. 재건축 조합은 조합원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진행한다. 재건축 조합이 실시하는 감정평가는 정당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대원칙은 보통 조합 정관에도 명시돼 있다. 부동산의 입지 조건, 품등 비교, 개별 요인 비교, 가격 요인의 비교참작 등 많은 요인이 고려돼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위치별 지수를 낮게 적용한 것은 조합원 사이의 형평성을 잃게 할 정도로 부당하다”는 이유로 종전 토지 및 건축물의 권리내역 및 권리가액에 대한 취소 판결을 선고한 적이 있다. 서울고등법원도 주 출입로에서 거리, 접근성, 차량 접근이 가부 등을 근거로 해 불합리한 종전감정평가를 취소하기도 했다.
아파트 가치는 평형 이외에도 입구와의 인접성, 분리수거장과의 거리, 도로변 인접 여부, 동·서·남·북향의 여부, 층수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K씨의 아파트는 통상적으로 말하는 ‘로열동’에 ‘로열층’이었고, 대로변에서도 떨어진 단지 한가운데에 있어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단지 중앙에 있어 동일 평수의 다른 가구에 비해 높은 시세가 형성돼 있었다. K씨가 종전 부동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펜트하우스를 분양받으려면 법원에 동·호수 추첨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대법원도 호수 추첨과 배정은 조합원 전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법률 행위이므로 조합원은 조합을 상대로 호수 추첨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이 분쟁 해결을 위한 유효하며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시했다.
조합원 분양 시 경합이 벌어지면 추첨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 이때도 법원은 조합원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조합원 간 형평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추첨이 발생했고, 추첨이 올바로 이뤄졌다면 현재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만일 K씨와 같이 일률적인 종전감정평가로 인해 분양 신청, 분담금, 청산금 등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동·호수 추첨 무효확인 소송 혹은 관리처분계획취소 소송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
고형석 법률사무소 아이콘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