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달 제조업 체감 경기가 6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악화했다. 중국의 부동산 부실 확대로 인해 경기 반등이 더 지연되면 제조업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한 67을 기록했다. 이달 제조업 업황 BSI 수준은 지난 2월 63을 기록한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지난 5월과 6월 73을 나타내다가 7월 72, 8월 67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다.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기업인들이 제조업 경기가 더 나빠졌다고 본 것은 반도체 경기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어서다. 업종별 BSI를 살펴보면 반도체 가격 회복 지연·수주 감소 영향으로 전자·영상·통신장비가 8포인트 하락했다. 중국의 철강 수요 부진의 영향을 받은 1차 금속은 12포인트 내렸고, 중국 내수 회복세가 지연됨에 따라 화학물질·제품은 8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하락세가 가팔랐다. 제조업 업황 BSI를 기업규모·형태별로 보면 대기업은 2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친 반면, 중소기업은 8포인트나 내렸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에서 반도체 설비, 기판 제조 등을 하는 중소기업의 업황 BSI가 크게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체감 경기도 3개월 연속 하락했다. 8월 비제조업 업황 BSI는 75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3개월 연속 내림세다. 전방산업 부진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문, 과학·기술 서비스업 BSI가 8포인트 악화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주택 부문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건설업도 3포인트 내렸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로 국내 여행 수요가 줄어든 탓에 예술, 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의 체감경기는 11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종합한 전산업 업황 BSI는 8월 71로, 7월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황 팀장은 전망에 대해 "경기 불확실성이 크고 중국발 리스크, 수출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한 주력 사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반등의 기미가 있는지는 조금 더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9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73)는 전월과 같았다. 제조업(69)과 비제조업(76) 모두 전월 대비 변화가 없었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반영한 8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린 94.0을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 등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93.7로, 전월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이달 조사는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3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2654개 기업(제조업 1567개·비제조업 1087개)이 설문에 답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