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부품·장비주들이 2분기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하반기들어 '주춤'했던 반도체 소부장주들의 주가가 향후 다시 상승 랠리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하반기에도 나타날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 HBM(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의 개화, 엔비디아 실적 성장 등 반도체 섹터의 호재가 줄줄히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부장 ETF에 수천억원 자금유입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제조하는 한미반도체 목표주가는 한달전 2만8950원에서 이날 현재 4만1667원으로 상향됐다. 올 2분기 시장 추정치(컨센서스)보다 52% 많은 11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덕분이다.
같은 기간 반도체 공정용 원자현미경을 만드는 파크시스템스 목표주가도 20만1000원에서 21만8333원으로 높아졌다. 역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추정치보다 112% 많은 101억원에 달했다. 컨센서스 대비 60% 높은 영업이익을 거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텔레칩스도 목표주가가 2만2500원에서 2만6000원으로 높아졌다. 테스(컨센서스 대비 32.5%), 리노공업(23.5%), 헤성디에스(23.35%) 등도 증권사의 전망을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내면서 목표주가가 올랐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 반도체 생산업체들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소부장 업체들이 반도체 업황 회복세를 한발짝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긍정적인 실적이 관찰되자 반도체 소부장 업체의 비중이 높은 상장지수펀드(ETF)들에는 수급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소부장주들은 올해 상반기 급등 후 이달 들어서는 조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관련 ETF에는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만으로 구성된 ETF인 'SOL 반도체소부장Fn'는 지난 1개월간 1529억원이 순유입됐다. 현재 이 ETF의 순자산이 2702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이례적인 자금 유입세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이 기간 ETF의 가격은 4.4% 하락했다. 반도체 소부장 업체를 90% 가까이 담고있는 'KBSTAR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에도 1262억원이 순유입됐다. 'KODEX 반도체' 'TIGER 반도체'에도 각각 889억원, 388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HBM 개발, 엔비디아 호실적이 상승랠리 이끌 것"증권업계는 반도체 소부장주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상승 랠리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소부장 업체들이 빠른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업황 전체의 실적 회복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킬 다른 호재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 검증이 진행중인 차세대 반도체 'HBM'에 대한 긍정적인 시장 평가가 나온다면 반도체 관련주들에 대한 투심이 급격히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1일 5세대 고성능 D램인 HBM을 세계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AI에 주로 쓰일 것으로 관측되는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내년도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인데, 현재는 엔비디아 등 고객사 등의 검증 절차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과 관련해 사실상 '가이던스' 역할을 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실적도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2분기 및 3,4분기에 호실적 및 주가상승을 이어간다면 국내 반도체 소부장주를 포함한 반도체 섹터의 주가 역시 동반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월가에서는 전날 글로벌 투자은행 HSBC이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기존 600달러에서 780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등 엔비디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강화되고 있다. 최준철 VIP 자산운용 대표는 "현재 시장에서 관련주들의 주가 변동은 증거를 찾는 과정"이라며 "만약 반도체 업황 회복이 더디다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내려가고,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근거가 나온다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윤아영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