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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의 셧다운(업무정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 예산안 처리를 놓고 미 공화당의 강경파 모임이 예산을 감축하라며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어서다. 다만 셧다운이 지난 6월 부채 한도를 두고 불거진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처럼 경제를 뒤흔드는 사건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이번달 휴회 중인 미 의회가 9월 30일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 정부 예산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미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공화당 출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제안한 임시 예산안에 대해서도 이날 연방수사국(FBI) 폐지 등을 요구하며 발목을 잡았다.
회계연도가 매년 10월 시작하는 미국은 정부 예산안을 9월 말까지 처리해야 한다. 기한 내 처리하지 못해 셧다운 상태가 되면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고 연방정부 운영이 중단된다.
앞서 6월 부채 한도 협상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 측은 2025 회계연도까지 비국방 지출을 2023 회계연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상한을 정했다. 그러나 의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견이 갈리자 매카시 의장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임시 예산안 처리를 제안했다. 임시 예산안은 정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했을 때 일정 기한 정부 지출을 가능케 해 주는 단기 예산안이다.
실제 셧다운 상태가 되면 공무원 등 정부에 고용된 인력 수십만 명에게 몇 주 동안 월급을 줄 수 없다. 골드만삭스의 미국 수석 정치 이코노미스트 알렉 필립스는 “셧다운의 가능성 자체는 낮지만, 만약 발생할 경우 민간 연방 직원의 약 3분의 1이 무급 휴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공무원들이 일을 못 하면 다양한 경제 지표 발표가 늦춰지면서 미 중앙은행(Fed) 등의 경제 정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미국에서 역대 최장 기간인 34일 동안 셧다운이 지속됐던 2018~2019년에도 각종 경제지표들의 발표가 지연됐다.
다만 셧다운의 경제적 여파가 디폴트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관리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셧다운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주당 0.2%포인트씩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셧다운 다음 분기에 모두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