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신 테마주로 떴는데 "관련 없어요"…회사들 손사래 친 사연

입력 2023-08-22 08:23
수정 2023-08-22 08:32

맥신(MXene)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이 연일 상한가까지 치솟고 있다. 초전도체 테마를 맥신 테마가 대체하는 모양새다. 다만 일부 기업들은 맥신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맥신이 상온 초전도체와 달리 실체는 있지만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급등락이 반복되는 테마주 특성상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까지 휴비스와 아모센스, 경동인베스트 등 맥신 테마주는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닉오토메이션, 나인테크, 태경산업 등의 주가도 상한선까지 치솟았다. 2011년 발견된 맥신은 전기전도성이 높고, 여러 금속 화합물과 조합할 수 있어 '꿈의 신소재'로 도 불린다. 학계에선 맥신이 반도체, 센서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맥신 테마가 증시에서 주목받은 건 지난 17일부터다. 한국과학기술원(KIST)의 한·인도협력센터 연구진이 맥신의 분자 분포를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진은 맥신 생산과정에서 품질관리가 가능해지고 나아가 맥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맥신 대량생산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학계에선 맥신이 상용화되기 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휴비스는 맥신 관련 고분자나노 복합체와 그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권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관련성을 부인했다. 휴비스 관계자는 "2021년 9월 특허를 출원했고,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번 KIST 연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고, 출원한 특허를 활용한 사업 계획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맥신과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자율 공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모센스도 '맥신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당황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아모센스는 전자파 차폐 시트를 개발하고 납품하는 업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맥신과 아모센스는 관계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맥신이 전자파 차폐 소재로 활용될 수 있어 아모센스가 관련 테마에 엮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동인베스트는 자회사 경동이 티타늄 시추 관련 조광권(광구 채굴 및 광물 취득 권리)을 갖고 있어 테마주로 분류됐다. 티타늄은 맥신의 구성요소 중 일부다. 하지만 해당 광산의 경제성이 확인되지 않았기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경동인베스트가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경동은 작년 3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태백, 삼척 지역 면산층의 7개 광구에 대해 조광권 설정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삼척지역 3개공, 태백지역 2개공에선 티타늄 면산층이 확인됐지만 해당 시점에서 경제성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시추계획 외 경제성평가는 계획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업들이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당분간 맥신 테마를 이용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투자 환경을 보면 신산업 기대감에 따른 가격 상승 모멘텀을 활용한 투자가 수시로 나타난다"면서 "맥신은 상온 초전도체와 달리 이미 실체가 존재하는 신소재기 때문에 당분간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선 초전도체 테마주 사례처럼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할 것을 권했다. LK-99 이후 급등했던 초전도체 테마주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내용의 기사를 공개하자 급락세로 전환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초전도체 테마에 강하게 쏠렸던 자금이 맥신 테마로 한 번에 몰리며 상한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초전도체 테마가 보여줬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맥신 테마도 기대감에 의해 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강한 변동성은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