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이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의장인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운용사를 인수한 뒤 벌이는 첫 번째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활동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운용 주식운용본부는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KCGI운용은 주주서한에서 현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을 비롯해 지배구조 개선과 중장기 수익성 개선 전략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현 회장의 과다 연봉과 과도한 겸직, 이해관계 상충 등을 문제 삼았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작년 29억8100만원, 올해 상반기 16억3200만원을 받았다. 현대아산, 현대무벡스,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 등 계열사 다수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영권 분쟁을 겪을 소지가 다분한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사가 주주 행동에 나서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가 제기한 주주대표 소송에서 일부 패소해 지연이자를 포함해 배상금 2800억원을 회사에 물어주기도 했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팔아 가까스로 경영권을 지켰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쉰들러는 현 회장을 상대로 별건의 주주 대표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KCGI운용 관계자는 “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처음으로 나선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으로 소액주주와 대주주의 대립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로운 제안을 담았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